3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글로벌 공급망 붕괴라는 예기치 못한 재앙을 초래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까지 겹쳐 지구촌 전체가 치솟는 물가에 신음하고 있다. 농촌에서도, 공장에서도 물가 상승에 허덕인다는 소식이 빗발친다. 그런데 이 같은 물가고에 그 존폐마저 우려된다는 곳이 있다. 일상의 우리가 미처 돌아보지 못하는 무료급식소다. 매일매일이 힘겨운 우리사회 취약계층에게 한끼 식사를 챙겨주는 곳이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작년 보다 6%나 뛰었다. 외환위기 때였던 1998년 이후 24년 만의 상승폭이라고 한다. 특히 식재료인 농축수산물이 물가 상승을 선도하고 있다. 수입 쇠고기는 10.3%, 대파·양파 등은 무려 25%나 뛰었다. 이러니 식재료 구입비가 가장 큰 부담인 무료급식소들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세계적 스태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 침체는 무료급식소에 대한 후원의 손길마저 줄어들게 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무료급식소 현장의 사정을 들여다 보자.(경기일보 7월 13일자 1면) 수원역 광장에서 오후 7시마다 노숙인들에게 무료 배식을 하는 한 교회 급식소. 물가가 치솟기 이전에는 매일 200인분의 식사를 준비했지만 최근에는 130인분 정도만 내놓고 있다. 거의 매일 내놓았던 고기 반찬도 이제는 주 1회로 줄였다. 식재룟값은 폭등 지경인데도 후원금은 오히려 뒷걸음이다. 월 400만대이던 것이 최근 300만원대로 줄었다. 매일 70여명의 노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인천의 한 지역급식소 사정도 다르지 않다. 식재료비를 감당 못해 할인 행사가 이뤄지는 품목 위주로 구입하다 보니 수시로 메뉴가 바뀐다. 인천시에서 한 끼당 2천700원 정도를 지원하지만 이마저 언제 줄어들지 몰라 불안하다. 코로나 거리두기 완화로 모처럼 급식소가 문을 열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물가고에 다시 발목이 잡힌 것이다.
무료급식소는 우리 사회 소외된 취약계층들에게는 최후의 보루나 마찬가지다. 과거 외환위기 때 찬바람 부는 거리에서 벼랑 끝에 내몰린 이들에게 따뜻한 한 끼를 내밀던 곳이다. 지금의 고물가 추세는 앞으로도 더 힘들게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대부분의 무료급식소들은 개인·단체의 자발적 후원금에 의존해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지금같은 경기 침체 파장을 감안하면 더 이상 선의의 후원에만 맡겨둘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취약계층의 기본 식사를 지속적으로 챙겨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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