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50대 대기업 직원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취직을 빌미로 지인에게 8천만원을 받은 혐의다. 수원지법 형사11단독(부장판사 김유랑)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인 B씨에게 “내가 C 주식회사 노조위원이고 노조위원들을 잘 알고 있다”며 “퇴직 전 당신 아들을 무조건 취직시켜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씨에게 취업 비용 목적으로 3차례에 걸쳐 8천만원을 은행 계좌로 송금 받았다.
하지만 A씨는 B씨의 아들을 취업시킬 의사도 없었고, 그럴 위치에 있지도 않은 것으로 수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단지 대기업에 다닌다는 사실만으로 B씨는 속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이렇게 받은 돈을 생활비 등에 사용했다. 사건이 불거진 뒤에는 피해자와 합의도 하지 않았다. A씨는 그동안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단순한 ‘8천만원 사기’일 경우 구속되지 않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이번에 법정 구속됐다.
담당 판사가 판결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청년 실업률이 사회적으로 부각되는 시기에 피고인의 범행은 취업을 준비하는 많은 청년들에게 취업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해 죄질이 나쁘다”며 “또 실제로 대기업에 근무 중인 피고인의 언행이 피해자에게 취업에 대한 신뢰를 부여한 것으로 그 가담 정도가 경미하지 않고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취업 불신 풍조 조장을 경계한 판사의 선언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취업 면접 AI가 등장했다. AI가 응시자의 답변을 들은 뒤 내용을 분석한다. 응시자의 맥박, 눈동자 움직임, 표정변화까지 체크한다. 면접이란 기본적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작업이다. 그런 과정을 지나치게 기계에 의존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AI 시스템을 도입하는 기업은 늘어난다. 지금까지 400여개 기업이 AI를 이용한 채용시험을 치른다. 하반기에는 100여개 기업이 AI 도입을 예고했다.
청년 구직자 상당수가 반긴다. 환영하는 이유는 ‘주관 배제’다. 사람의 면접을 ‘못 믿겠다’는 얘기다. 취업 불신 풍조의 극단적인 모습이다. 사회 각계에서 빚어지는 취업 비리가 결국 ‘면접 AI’까지 등장시킨 것이다. 통상의 경우 피해금액 8천만원의 사기 피의자는 불구속하는 경우가 많다. 동종 전과가 없다면 재판 결과도 집행유예가 일반적이다. 수원지법의 이번 법정구속과 준엄한 판시는 이런 사회 풍조에 던지는 일벌백계다.
이제 세상은 ‘아비의 역할은 자식의 취직까지다’라는 자조까지 왔다. 오죽했으면 ‘대기업 노조원’이라는 신분만 믿고 수천만원을 넘겨주겠나. 이런 부모의 처지를 약점 삼는 취업 사기는 무거운 벌에 처함이 옳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