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극장가는 뜨겁다. 장기 흥행에 들어간 <탑건: 메버릭>과 <외계+인 1부>, <미니언즈2>, <토르: 러브 앤 썬더> 등이 극장가를 연달아 강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작들에 휩쓸리지 않을 독특한 존재감의 아트 영화 두 편이 오는 28일에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먼저 <배드 럭 뱅잉>이다.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배드 럭 뱅잉>(감독 라두 주데)이 국내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불어 넣을 준비를 마쳤다. 교사로 일하는 에미는 남편과 합의하에 찍은 성관계 비디오가 포르노 사이트에 유출되는 끔찍한 일을 겪는다. 사실 영화가 간단하게 성관계 비디오 유출 사건을 다루고 있는 듯 보이지만, 감독이 영화를 통해 훨씬 풍부한 통찰을 이끌어내고자 한다는 점이 영화를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다시 말해 <배드 럭 뱅잉>은 루마니아의 역사, 정치, 사회 맥락을 아우른 뒤 관객에게 팬데믹 장기화와 연결된 현대사회 문제를 전하는 감독의 연출 기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루마니아 부큐레슈티의 한 시내를 배회하는 에미의 하루가 1부에 담겼고, 약 70개의 주제로 인류의 위선과 폭력성을 지적하는 2부로 이어져, 3부에선 에미를 해임하려는 동료 교사들과 학부모의 마녀사냥이 펼쳐진다.
이어서 <초록밤>(감독 윤서진)은 평범한 한 가족에게 예기치 못한 죽음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신비롭게 풀어내는 영화다. 윤 감독의 장편 데뷔작 <초록밤>은 지난해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V아트하우스상, 시민평론가상, CGK촬영상 등 3관왕을 달성해, 신예 작가주의 감독의 등장을 알렸다. 감독은 본래 서사 중심의 드라마였던 <초록밤> 시나리오를 70장에서 30장 분량으로 줄이고, 이야기를 덜어낸 자리를 무엇으로 채워 넣고 어떤 감정을 형상화할지 공들여 작업했다. 이야기와 화면 곳곳에 서려 있는 여백에 관해 관객들이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다는 점이 영화의 주요 감상 포인트가 된다.
송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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