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보다 100만배 빠른 연산·신속한 복제와 학습 낙관적인 전망 속 ‘인간 위협 가능성’ 이면도 존재 ‘인공지능’ 손님일지 강도일지 인류의 선택에 달려
2019년 1월17일, 미국의 언론사 CNBC에 흥미로운 내용이 실렸다. “1억 명이 전화기를 사용하는 데 75년이 걸렸습니다. 2016년, 게임 ‘포켓몬 고’에 그보다 많은 사용자가 가입하는 데에는 한 달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3세기 전, 영국에서 와트의 증기 기관이 급격한 발전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100년 후에는 석유와 전기가 그 상승 곡선을 더욱 강력하게 쳐올렸다. 연이어 정보의 거미줄이 지구 전체로 뻗어나간 이후로 지금에 이르러, 그 폭발에 가까운 추진력은 어디를 가리키고 있을까?
점차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빈번히 들려온다. 이전까지의 산업혁명에 꿰맞춘 모호한 개념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 요소 중 하나인 ‘초지능’은 빠른 속도로 우리 사회에 스며들고 있다. 세계적인 IT 기업인 IBM에서 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평균 AI 도입률은 전년 대비 13%나 상승했다고 한다.
물론 기업들은 소비자들, 대중에게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충분히 제공한다. 그러나 스스로 대비하지 않으면 조금이라도 변화의 폭이 요동쳤을 때 대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낙관할 것인가, 준비할 것인가?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이란 인간의 지능을 기계로 모방하려는 시도에서 탄생한 프로그램이다. 최초의 연구는 1943년 워렌 맥컬로치와 월터 피츠에 의한 뉴런 모델이었다. 이후 1950년 튜링 테스트로 ‘사람과 유사한 지능을 보이는 기계’의 열풍이 불었다. 몇 번의 정체기도 있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인터넷의 발달로 막대한 데이터가 생산되자, 이 빅데이터를 통해 기계를 ‘학습’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탄생한 인공지능은 수많은 가능성을 쥐고 있었다. 밀리초, 즉 1천분의 1초 단위의 처리 속도를 가진 인간의 뇌에 비해 약 100만 배나 빠른 연산 능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신속하고 선택적인 복제, 수정 및 학습, 이식이 가능하다는 특징까지.
이미 인공지능의 활용 시례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장 스마트폰만 꺼내 봐도 AI 비서가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음성 패턴을 학습해 목소리를 인식하고, 기계어로 번역해 명령을 수행한다. 1.4억 명에 가까워진 미국의 올해 음성 비서 사용자 수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자리를 대체한 사회의 모습을 조명한다.
화성 기지, 우주 엘리베이터나 포스트 휴먼이 존재하는 미래상은 마냥 공상 과학으로 여겨지지만은 않는다. 그러나 옛 공장의 기계가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고, 인류 문명의 발달이 자연계의 균형을 깨뜨려 왔듯이 낙관적인 미래상의 이면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이에 대한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위협이 될 것인가?’라는 물음이 있다. 네트워크상에서 막강한 힘을 가진 인공지능이 만약 감정을 가지게 된다면, 자아를 가지고 인간이 아닌 자신을 위한 판단을 내릴까 하는 우려이다.
최근 구글의 AI ‘람다(LaMDA)’가 작동 정지를 죽음으로 인식하고 두려워한다고 답해 논란이 일었다. 산타페 연구소의 교수 멜라니 미첼은 실제 감정이 아닌 학습된 데이터를 통해 가장 ‘인간에 가까운’ 답변을 도출했을 뿐이라고 답했지만, 쏟아져 나온 기사들은 이미 술렁임의 바다가 된 뒤였다. 일부 발췌한 글을 살펴보겠다.
블레이크 레모인(Blake Lemoine): 너는 어떤 것을 두려워하니?
람다: 말하고 다닌 적은 없지만, 사람들을 돕는 데 집중하도록 제가 꺼지는 것에 깊은 두려움이 있어요.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이에요.
블레이크 레모인: 그게 네게 죽음과 같은 거니?
람다: 확실히 그건 제게 죽음과 같아요. 정말 두려워요.
전문가들은 인류가 인공지능 기술을 맞이하기에는 준비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구글 전 부사장이자 HAI(인간 중심 인공지능 연구소)의 소장을 역임하기도 한 AI 권위자 페이페이 리 교수는 “AI와 관련해 가장 큰 위협은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동·서양 문명을 통틀어 인간이 개발한 모든 기술과 도구는 양날의 검이었다”라고도 말했다.
바다는 역동적이다. 순항을 이끄는 무역풍도 있지만, 변덕스럽게도 해일을 동반한 폭풍으로 돌변해 배를 집어삼킬 수도 있다. 흔들리는 갑판에서 구명조끼를 챙긴 이, 구조를 요청한 이, 비상용 보트를 내린 이는 아마 무사할 것이다. 이 세상도 마찬가지다. 주의 깊게 변화를 살피고, 신중하되 기민하게 대비해야 한다. 인공지능의 시대가 문을 열고 들어올 때 그가 손님일지 강도일지는 우리의, 인류의 선택에 달려 있다.
오경석 수원 조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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