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전 11시께 파주시 동패동에 위치한 동패중학교. 수업 소리와 학생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 대신 잔잔한 음악이 창문 틈으로 흘러나왔다. 학생과 교사만 오가는 이곳에 특별한 손님이 온 것. 경기아트센터의 <2022 찾아가는 문화복지 공연> 사업으로 성악팀 ‘숨앙상블’이 학교를 찾았다. 이날 동패중학교 강당에서 열린 공연은 ‘문화나눔’으로 1학년 학생 33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동패중학교가 위치한 파주엔 제대로 된 문화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공연장이 없다. 학생들은 개별적으로 고양 등 다른 지역에 공연을 보러 가거나 학교 수업 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문화 예술을 접하는 것이 전부다.
이날 공연 소식을 듣고 짝을 지어 강당에 모인 학생들은 한껏 부푼 마음과 눈빛으로 무대에 오른 성악팀 ‘숨앙상블’을 바라봤다. 테너 이상철·김민영, 소프라노 장아람, 바리톤 김관현 등 4명의 성악가로 구성된 숨앙상블은 정통 클래식뿐만 아니라 국내외 가곡, 팝퓰러한 레퍼토리로 관객들에게 익숙한 노래를 들려주는 그룹이다.
공연은 테너 이상철의 ‘첫사랑’과 김민영의 ‘마중’으로 시작됐다. 공연을 알리는 곡 설명과 함께 음악이 흘러나오자 학생들은 무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공연에 귀를 기울이며 종이를 접어 응원 메시지를 전하거나 손과 몸을 흔들며 저마다 공연에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바리톤 김관현의 뮤지컬 ‘멘 오브 라만차 -impossible dream’과 소프라노 장아람이 함께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 all I ask of you’가 흘러나오자 학생들이 큰 호응을 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30분의 공연 동안 10곡을 귀담아듣고 흥얼거리며 적극적으로 공연에 반응했다. 공연을 관람한 홍다연 학생(14)은 “영상으로만 봤던 뮤지컬 넘버들과 성악 음악을 직접 들을 수 있어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라며 “직접 보고 들은 공연이라 몰입감이 높았다. 앞으로도 이런 공연을 자주 접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경기아트센터는 지난 2003년 <모세혈관 문화운동>을 시작으로 <ARTS-HABITAT>, <경기문화나눔31> 등 다양한 문화복지 사업을 추진해왔다. 도내 문화소외계층을 위해 직접 찾아가는 맞춤형 공연을 꾸준히 진행하며 지역 간 문화격차 해소하고 경기지역 공연 확대와 공연단체의 다양화를 통한 콘텐츠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6월에 진행된 문화나눔을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13개 예술단체와 농촌지역 학교, 복지관, 군부대 등 문화예술이 필요한 곳을 찾아갈 예정이다.
이 같은 문화나눔 사업으로 예술단체 역시 코로나19로 움츠러들었던 소규모 공연이 힘을 얻고 있다는 반응이다. 숨앙상블의 테너 이상철은 “학생들이 공연에 집중하고 적극적으로 반응해 줘 오히려 힘을 얻고 간다”며 “우리의 공연이 학생들의 학교생활에서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한다”고 공연 소감을 전했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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