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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농부 잔혹사] 完. 소멸 위기 마을 해법은
경제 청년농부 잔혹사

[청년농부 잔혹사] 完. 소멸 위기 마을 해법은

자식도 외지인도 찾는 사람 없어...“마을 지키는 마지막 세대”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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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가 70대... 주름 깊어진 농촌 ‘청년유입 절실’

“우리 마을 막내가 70대야, 70대.”

소나기가 짧게 스치고 간 25일 오후 여주시 강천면 이호2리 마을회관. 따가운 뙤약볕을 피해 들어온 조순악 할아버지(78)는 입구에서부터 연신 구슬땀을 닦아냈다. 동네 친구들과 수다 떨며 불볕더위를 잠시라도 잊어볼까 했지만 회관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자리를 잡고 앉은 조 할아버지는 고충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자식들도 농사를 물려받지 않으려 한다거나, 마을을 찾아오는 외지인이 없다거나 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이곳 이호2리에서는 주민 대부분이 벼농사를 지으며 생활한다. 그 중 막내는 70대. 곧 여든을 바라보는 조 할아버지 역시 마을에서는 평균 나이에 속한다고 했다.

세월이 흐르며 한 살 두 살 늙는 주민들 곁에, 마을의 주름도 늘어간다. 조 할아버지는 “젊은 청년들이 아무 것도 없는 이런 시골에 와서 살려고 하겠어? 낯선 사람이 온 지 수십년은 됐을 거야. 이대로 사람 없이, 그냥 마을이 사라지는 거겠지”라고 넋두리를 했다.

이호2리보다 조금 더 ‘젊은’ 동네인 양평군 단월면 부안2리를 향했다. 여기서도 농촌의 초고령화를 볼 수 있었다.

“보통 농촌에서는 60대가 청년”이라고 입을 뗀 이관행 이장(67)은 실제로 본인 또한 ‘이 마을을 지키는 마지막 세대’라고 소개했다. 이 이장은 “우리 세대가 손 떼는 순간 이 동네는 시대에서 잊혀질 것”이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현재 부안2리에 거주 중인 인구는 120여명인데, 벼농사 등의 ‘일’이 가능한 주민은 단 4명에 그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주민들이 연로한 탓이다.

마을 차원의 수익은 내야 하는데 작물을 일궈낼 인력은 없어서, 노는 땅과 농기계를 인근 지역 사람들에게 임대하며 먹고 산다. 계절마다 밭을 갈아야 할 때도 농협의 도움을 받아야 할 만큼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당장 10년 뒤에도 이 마을이 존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하던 이 이장은 농촌에 청년층이 유입되지 않는 가장 큰 문제가 ‘정주 여건 부족’이라고 꼬집었다. 병원에 한 번 가려 해도 하루에 세 번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야 하는 만큼 ‘기존 원주민들도 살기 불편한 시골 동네’라는 게 이유다.

이관행 이장은 “뭐라도 있어야 젊은 세대가 여기에 머물 이유를 찾지 않겠나. 최소한의 편의시설은 있어야 ‘살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라며 “그럴싸한 정주 여건을 마련해주면 자연스럽게 청년 농부들도 늘어날 테고, 마을이 소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층 유입책 마련해야… 소멸 위험 마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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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농촌’이 사라지고 있다.

마을 소멸이라는 생사의 기로에서 농촌은 장기적·단계적인 생존 대책을 요구한다.

이때 가장 절실한 건 젊은 층의 유입이다. 농촌 발전은 차치하고, 단지 마을의 존재 유지만을 위해서라도 청년 농부가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시급하게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道 지방소멸위험지수 10년 만에 1.83→1.05 ‘뚝’

25일 통계청과 한국고용정보원 등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선 주민등록 세대별 인구수 등 기준에 따라 ‘지방 소멸 단계’를 5단계로 구분한다.

구체적으로 △소멸위험 매우 낮음(위험분류 1단계): 지방소멸위험지수 1.5 이상 △소멸위험 보통(2단계): 1.0~1.5 미만 △소멸 주의(3단계): 0.5~1.0 미만 △소멸위험 진입(4단계): 0.2~0.5 미만 △소멸 고위험(5단계): 0.2 미만 등의 기준으로 나뉜다.

지방소멸위험지수가 낮거나, 위험분류가 높을수록 마을이 사라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경기도의 지방소멸위험지수는 2010년 1.83(위험분류 1)으로 소멸 위험과는 거리가 먼 상태였다. 하지만 고령화·저출생 등 문제가 심화하면서 2014년부터 위험지수가 1.45 수준에 접어들기 시작하더니 2020년에는 1.05까지 급격히 떨어졌다.

■ 가평·연천 등 6개 지역 ‘소멸 위험’... 대부분이 농어촌

특히 가장 최근(올해 3월) 결과를 보면 경기도 내 가평군·연천군·양평군·여주시·동두천시·포천시 등 6개 지역은 위험지수 0.3대를 기록, 이미 위험분류 4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동두천과 포천의 경우 2020년 조사까지만 해도 포함되지 않았던 곳인데 새롭게 진입했다. 농촌 소멸이 빠르게 진행 중임을 알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읍·면·동 단위까지 세분화 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도에서만 총 38곳이 소멸 고위험 지역(5단계)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도내에서 지방소멸위험지수가 가장 낮은 곳은 포천시 관인면(0.10)이며, 다음으로 연천군 왕징면·포천시 창수면·양평군 청운면·이천시 율면(0.11) 등이 잇따른다.

전반적으로 농어촌 위주, 1차 산업을 주된 먹거리로 하는 지역에 빨간불이 켜져있다.

■ 마을 소멸 막으려는 정책 있지만 ‘청년 유입’과는 거리 멀어

이러한 ‘마을 소멸’을 막기 위한 정부 및 지자체 차원의 지원책도 있긴 하다. 하지만 청년층의 유입을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라는 볼멘소리도 더해진다.

예컨대 행정안전부가 올해부터 2031년까지 10년간 진행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이 대표적이다. 이 기금은 재정 여건이 열악하고 인구 감소지역으로 꼽히는 전국 122개 지자체에 연 1조원의 기금을 들여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다만 근본적으로 청년을 지방에 데려와 정착시키는 대책은 아니어서, 지자체가 1조원을 ‘나눠먹기’ 하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경기도에서도 ‘농촌기본소득’을 지급하며 마을 소멸을 방지하려 하지만, 마찬가지로 청년층을 끌어들이는 지원은 아니다.

농촌기본소득은 인구를 늘리고 농촌 경제를 활성화 하기 위해 주민 개개인에게 지역화폐로 매월 15만원씩 5년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사업 3년차인 2024년에 중간평가를 실시한 후 정책 효과가 입증되면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로선 내년 시행도 확답할 수 없다.

■ “청년은 농업의 지속가능성 위해 필수적”

귀농귀촌 현장에선 정책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꺼낸다.

안성 갈전리마을의 송영호 이장은 “청년들을 위한 소규모 공공주택 등 기본적인 정주 여건을 만들어주고 유입 정책을 시행해야지,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허울뿐인 정책만 내세웠다간 청년들을 농어촌으로 유입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송미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층은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꼭 필요한 인력이고, 농촌 마을 역시 청년층이 있어야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청년층을 농어촌으로 끌어올 수 있는 요인은 없다”면서 “농촌 마을을 사람들이 살기 좋은 장소로 만드는 게 지속가능한 농촌 마을을 만드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K-ECO팀=이호준·이연우·한수진·이은진기자


[기자노트] 빚지지 않고, 꿈꿀 수 있는 청년들의 시골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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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노동력의 고령화는 후계인력의 부족과 더불어 농업의 잠재적 성장력을 떨어뜨린다. 이 관점에서 귀농귀촌을 통한 도시인구의 유입은 좋은 대안으로 대두된다’.

<청년농부 잔혹사> 시리즈를 준비하는 단계에서 가장 먼저 읽었던 보고서 내용의 일부다.

고령화가 농업과 농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대비책은 아직 부족하다면서, 107페이지에 걸쳐 ‘도시 출신 청년농부를 양성하자’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인상적인 건 이 보고서가 나온 시기와 배경이다. ‘귀농귀촌 활성화를 위한 정부예산의 효율적 지원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는 2013년 1월 정책연구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국회에 제출됐다. 소멸 위기에 놓인 농·어촌을 살리기 위해 젊은 층이 진입해야 된다는 게 이미 10여년 전부터 논의됐던 셈이다.

이후 강산이 변하는 세월이 지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큰 틀에서 달라진 건 없다.

정부·지자체는 다양한 지원책을 꺼내고 소소한 변화를 이끌기도 했지만 여전히 농촌은 늙고, 가난하며, 텅 비었다. 부실한 재정·취약한 정주 여건 등의 문제가 전국에서 ‘잘 사는 동네’로 손꼽히는 경기도에서 거론될 정도라니, 여타 열악한 지역은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

현장에선 “버티고 싶어도 버틸 수 없는 구조”라고 말한다.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난 게 아니라면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집과 땅을 구하느라 빚을 져야만 하고, 그렇게 대출 받아 일을 하더라도 농사가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라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장과 같은 마을 유지에게 ‘충성’하는 낯선 문화까지 더해지면서 점점 청년농부는 설 자리를 잃는다.

“시골 인심은 옛말”이라던 한 청년농부의 말마따나, 많은 귀농귀촌인들이 결국 다시 도시를 향하고 있다. 고인물이 된 농촌은 사라짐을 준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퀴퀴한 시골을 탈바꿈하고 잠든 농업을 깨울 수 있는 건 청년농부다. 그리고 청년농부를 키워 농촌과 농업을 발전시키는 건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다. 시대를 반영한 현실적인 정책을 기반으로 ‘안정적 시골살이’를 꿈꾸는 날이 오길 희망한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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