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경필도 아니고 이재명도 아니다”/인사로 증명해 가는 김동연 스타일

며칠 전 김동연 지사가 이런 말을 했다. “저는 남경필도 아니고 이재명도 아닙니다.” 이를 부연 설명하는 말도 있었다. “제가 스스로 정치 교체를 주장한 사람이고 대선의 아젠다를 만든 사람입니다.” 지난 22일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본의든 아니든 그는 차기 대권 후보다. 정치적으로 독자적인 입지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실천적인 약속보다 정치적인 차별화 선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런데 작금의 인사를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남경필 도정은 2018년까지였다. 시간이 흘렀고 흔적도 많이 지워졌다. 이재명 도정은 2022년까지다.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인사가 곳곳에 있다. ‘김동연 색깔’을 평가하게 되는 잣대는 자연스레 이재명계 처리로 모아진다. 바로 여기서 ‘이재명 아닌 김동연’이 구분된다. 이재명계 인사가 비서실장에 거론됐다. 하지만 공개 모집으로 갔고, 이재명계와 무관한 인사를 선택했다. 자치 국장 자리에도 이재명계 천거가 있었다. 역시 제3자를 승진 발령했다.

‘김동연 길’로 해석될 또 하나가 ‘임기’ 발언이다. 실·국장 및 부단체장급 인사를 했다. 첫 인사치고 그 폭이 상당히 좁았다. 일부 고위직의 ‘사퇴 거부’가 인사 병목을 일으킨 측면이 분명히 있다. 언론도 그렇게 봤다. 하지만 김 지사는 달리 설명했다. “(전임자 때) 임명된 공직자나 산하 기관 간부들에 대해서도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지사 교체 때마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던 고위직·산하기관 간부다. 그런 관행에 법적 임기 보장을 천명한 것이다.

현재 도 산하기관은 27곳이다. 이 중 11곳은 공석이다. 16곳에 기관장이 재직 중이다. 짧게는 4개월, 길게는 오는 2025년까지 2년여 남았다. 김 지사의 ‘임기 보장’ 선언이 이들에 줄 메시지가 적지 않다. 임기를 다 채우겠다고 나설 공산이 크다. ‘이재명의 사람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고위 공직자 출신도 많다. 현 고위직 공직자들의 거취와 연동되는 문제다. 자칫 인사 적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김 지사의 선언이라 더 주목된다.

인사는 만사다. 정답도 없는 영역이다. 경제부지사 인사가 늦어지고 있다. 누군 결단력 부족으로, 누군 협치 인내심으로 평한다. 실·국장, 부단체장급 인사의 폭이 좁았다. 누군 개혁의지 부족으로, 누군 연속성 추구로 평한다. 이런 다의적 해석에 대해 김 지사는 ‘나는 나’라는 한 마디로 못을 박았다. 그리고 흘러 나오는 인사 뒷 얘기에서 ‘김동연만의 인사’가 전해지고 있다. 내놓는 방향이 틀리지 않다. 지켜볼 가치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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