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영 '책고집' 대표, "인문학으로 어려운 이웃과 소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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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 '책고집' 대표

“인문학은 친구가 되어 주고 관계를 이어주는 거예요. 홀로 힘겹게 사는 이에게 다가가서 당신 곁에도 사람이 있다고 알려주는 겁니다.”

어렵게 사는 이웃에게 인문학을 전파하는 일을 고집스럽게 해 오는 이가 있다. 수원화성 장안문 인근에 자리 잡은 작은도서관 ‘책고집’의 최준영 대표(57)다.

지난 6월 최 대표는 2022년 독서문화진흥유공 정부 포상 후보자로 선정됐다. 독서문화의 발전과 인문학의 보급에 힘써온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이런 포상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200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나리오 부문에 등단해 작가가 된 그는 2005년부터 성프란시스대학에서 한 학기도 쉬지 않고 인문학 강의를 통해 노숙인들과 만났다. 강의가 끝난 뒤에는 수강생들과 밥을 먹고 술잔을 기울이며 마음을 터놓고 소통했다. 또한 꾸준히 어르신들이나 미혼모, 장애인, 한부모가장 등 힘겹게 사는 사람들을 만나 인문학을 알려주고 책을 통해 삶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 꽃을 피웠다.

경희대 실천인문학센터에서도 안양과 화성 등지의 교도소 내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맡아왔다. 등단 작가이지만 작품 세계에만 몰두하지 않았다. 현실작가로 길 위의 인문학을 통해 소외계층이나 책을 접할 기회가 드문 이들을 찾아가 함께 책을 이야기하고 세상을 들여다봤다. 그는 “정말 인문학이 절실한 사람들은 눈앞의 생계를 챙기느라 여유가 없다. 그런 분들에게 보탬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관공서와 평생 학습관 등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길 위의 인문학을 실천하면서 그는 수많은 사람들과 강좌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됐다. 그들과의 인연은 2015년에 낸 책인 『최준영의 책고집』을 계기로 온라인 독서 동아리로 이어졌고, 지역과 단체 및 학교마다 ‘책고집’ 모임 30여 개가 만들어졌다. 지난 2018년엔 수원에 도서관이자 카페, 쉼터인 인문독서공동체 ‘책고집’을 설립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간 책고집 운영 역시 어려움에 빠졌지만, 그는 대출을 받아 책방을 운영하면서도 책고집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도 인문학·과학 강좌를 다시 구상해 선보이고 있다. 그는 “사회가 건강한 공동체가 되려면 구조 바깥으로 튕겨나간 자들을 안으로 끌고 들어와야 한다”며 “내가 마련한 강의와 내가 만든 공간이 각자의 삶을 돌볼 수 있게 하는 마중물이 됐으면 한다”고 답했다.

그의 바람은 그저 ‘책고집을 지속하는 것’이다. “인문학의 향기를 내뿜는 책고집이 행궁동을 넘어 지역 문화의 랜드마크가 됐으면 한다”며 “책고집이 계속될 수 있게, 어려운 이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게 고집스럽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송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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