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경기교육] 학교자치

학교 참여 공간, 사적인 집단 이익 침투 아닌 공적 공간이어야
‘공동체적 거버넌스’ 위해 시민을 교육주체로 기르는 교육 관건
학부모 다양한 참여 형태 이끌 수 있는 카페 같은 회의실 마련과
활동비 지급 등 실질적 권한·역할 있어야… 책임·효능감도 커져

1995년 5월31일 교육개혁안에서 학교 운영위원회 도입 이후로 학부모의 학교 참여가 공식화됐다. 학운위의 도입은 공교육을 국가의 통제로부터 자율화, 시장화하려는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의 일환이었다. 최근에는 학교 경영의 능률성, 효율성 향상을 위한 자기 책임의 사업가적 책무성을 중시하는 학교 자율 경영, 이른바 학교 책임 경영을 말한다. ‘경영’의 의미는 교육 소비자의 개별적 선택, 수월성, 경쟁을 위한 사적 서비스의 공적 공간 참여를 허용하는 의미이다. 즉, 시장 원리에 기반함을 알 수 있다. 이런 개혁은 교육 소비자주의를 확대시키며 사회 정의, 시민적 공동책임, 민주시민의식, 협동정신 등의 공동체적 가치를 잠식하며 확대돼 왔다.

■ 공적 공간의 중요성

시장주의적 사적 요구들이 제도의 공적 공간과 결탁하면 ‘부패’가 발생한다. 이와 관련된 증거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의료의 공적 목적을 버리고 사적 이익이 목적화 되면 부자와 가난한 자의 차별적 의료서비스가 발생되고 과다진료와 부당의료징수가 생긴다. 주택을 온전히 사적 소유로 강조했기에 우리 사회엔 투기가 만연해 왔다. 사사로운 이익을 위한 공공성의 파괴는 급기야 삶의 가치까지도 변화시킨다. 건물주가 되는 것이 청소년의 장래 희망이 되거나 부를 위해서 부패를 감내할 수 있다는 최근 청소년 인식이 그것이다.

이러한 방향성으로 교육에선 자사고, 영재고, 외고 등이 확대돼 왔다. 이들 학교의 확대는 모든 학생들은 지역과, 신분과, 성별에 관계없이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균등성)는 것과 대립된다. 이 같은 특별한 학교에 일반학교의 3~4배의 공교육비를 투자하는 것은 차별없이 동등한 교육기회를 가져야 한다(보편성)는 가치에 위배된다. 따라서 다양화니 선택권 확대니 자율성 제고니 능력에 따른 공정이니 하는 달콤한 용어들로 공교육의 기본적 가치를 훼손해 왔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 학교 참여 공간은 공적 공간이어야

이처럼 학교 참여 공간에 사사로운 욕망이 침투해 공(公)을 무너뜨리고 사(私)가 대체해 부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학교 참여 공간은 특정 사사로운 집단의 이익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 그러나 참여 공간은 자율과 책임의 자유 공간이므로 도저히 안 어울리는 둘의 가치가 서로 공존 하게 된다. 즉, 학교 참여 공간에는 평등주의와 경쟁주의, 공동책임과 개인의 책임, 보편성과 개별성이 공존하게 된다. 어느 쪽으로 균형이 기우냐에 따라 학교 참여 공간은 달라진다. ‘교육소비자’에 의한 ‘시장적 거버넌스’라는 사적 공간이 될 수도 있고, ‘시민’에 의한 ‘공동체적 거버넌스’라는 협력적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공동체적 거버넌스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 공동체적 거버넌스 위한 참여 방안

제일 먼저 모든 학교 구성원의 평등과 행복을 가치로 삼는 구성원들이 참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참여 교육주체를 ‘시민’으로 기르는 제대로 된 교육이 관건이다. 민주시민교육은 학교공동체에 참여하는 모든 교육주체에게 체계적, 정기적으로 교육되고 훈련돼야 한다. 교육주체의 자치역량 강화는 곧 시민성 강화와 같은 말이다.

자유롭고 평등한 주체가 되기 위해선 주체들의 힘의 균형이 비슷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주체들의 전문적 영역을 신뢰, 존중할 수 있는 안이 필요하다. 지역교육지원청은 도교육청의 정책을 뿌리는 중간 통로의 위상에서 벗어나 도교육청과 대등한 관계여야 한다. 지방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지역의 의제를 스스로 발굴, 학교별로 맞춤형 정책을 제안하고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 학교와 교사 단위에서 만들어지는 교육계획이 도교육청의 교육계획이 될 수 있도록 학교 중심의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이 정비돼야 한다. 학부모들에겐 공적문서를 포함한 교육정보 접근 경로가 단순하며 쉬워야 한다. 문서와 형식의 접근성은 물론이거니와 교육의 맥락과 심연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일상적 교육협의가 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 각 교육주체들이 오랜 시간 전망을 갖고 교육할 수 있도록 지역별·학교별 독립적인 인사와 예산의 자율성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교실 밖 교육주체가 교육의 맥락을 자세히 살피기는 매우 어렵다. 이로 인해 야기되는 학교 갈등을 해결 할 수 있도록 ‘말썽만 없으면 성공’이라는 폐쇄성을 딛고 학교와 교육청이 먼저 다가가야 한다.

■ 학교자치에서 학부모 참여

교육주체들이 역할과 책임을 나누고 서로에 대한 존중이 중요하다. 학교 교육의 비전과 철학은 모든 교육주체가 협의하되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 등은 교사들의 의견이 존중되도록 한다던가, 학부모총회는 안건, 가정통신문, 행사장 준비, 사회 및 진행, 뒷정리 일체를 학부모회가 책임진다던가 하는 것이다. 특히 학부모 참여는 각자가 처한 개별적 상황에 따라 참여의 층위가 매우 다를 수밖에 없다. 다양한 참여의 형태를 이끌 수 있는 카페 같은 학부모 회의실 마련, 회의비 출장비 활동비 지급, 별도 예산위임 등의 실질적 권한과 역할이 있어야 책임감, 효능감도 성장될 것이다. 학급 학부모회로부터 선출된 학부모회 임원 중 학교 운영위가 됨으로써 대표성을 갖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체계적 학부모 교육은 교육전문성 함양과 교사에 대한 교권, 인권 감수성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2013년 경기도에서 학부모조례가 통과된 이후로 10여 년이 지났지만 교육주체의 학교 참여는 그다지 변화된 것이 없다. 학교로선 학급대표, 운영위원 하나 뽑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 교육청에선 각종 제도와 지침으로 참여를 강제한다. 적극적인 학부모들은 학교 문턱이 너무 높다고 하며 학생은 학생회 자치 쪽으로 관심이 쏠려 있기도 하다. 사실은 법률이 없어도 협력적 학교 자치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동체 가치를 향한 문화의 변화와 제도가 서로 발맞춰 나가야 할 것이다. 공정욱 부천 원종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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