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려동물 보호? 버리지나 말자

여름은 개에 대한 안 좋은 역사가 있다. 개를 식용으로 여기던 시절의 얘기다. 이제 이런 문화는 흔적도 없다. 다수의 국민이 이런 과거를 야만의 폐습으로 여긴지 오래다. 대신 또 다른 형태의 여름철 잔혹사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휴가철마다 반복되고 있는 반려견 유기 실태다. 버려진 반려견들을 기다리는 ‘여름철 죽음’의 비극이다. 동물보호를 위한 사회 장치는 요란하게 늘어왔다. 바로 그 이면에서 반려견 유기와 참담한 처리가 자리잡고 있다. 없어진 야만의 폐습과 뭐가 다른가.

한 해 버려지는 동물만 약 2만 여마리다. 2019년 2만7천967마리, 2020년 2만6천987마리, 2021년 2만3천856마리였다. 이 가운데 여름 휴가철인 7~8월에 버려지는 동물이 약 19.9%로 가장 많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공식 통계가 이렇다. 경기 지역도 마찬가지다. 2019~2021년 3년간 한 해 평균 5천227마리의 동물이 7~8월에 버려졌다. 올해도 이런 현상은 반복되고 있다. 본격 휴가기간인 지난 11일부터 지금까지 접수된 도내 유기동물이 983마리다. 하루 55마리 꼴이다.

버려진 동물의 처리를 동물자유연대가 설명한다. 다행히 주인을 찾거나 입양된 유기 동물은 44.5%다. 나머지는 어떻게 될까. 현행 동물보호법상 유기·유실동물의 보호 기간은 10일이다. 그때까지 주인이 나타나지 않거나 입양되지 않는 동물은 안락사 수순을 밟는다. 동물보호단체들이 이를 막기 위해 현장에서 벌이는 노력은 많다. 지역마다 있는 위탁업소는 그런 노력의 하나다. 여행 기간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는 시설이다. 경기도내에서만 1천388곳의 위탁업소가 운영 중이다.

그래도 유기되는 양이나 누적 규모를 당해낼 수 없다. 결국 동원된 게 ‘반려동물을 버리지 맙시다’라는 캠페인이다. 정부가 지난 23일부터 민관 합동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효과가 미미하다. 반려견을 유기하는 견주에 먹혀들지 않는다. 법을 통한 규제가 병행돼야 한다는 데 결론이 모아진다. 법무부가 지난해 10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민법 개정안을 정부 발의했다. 하지만 열 달이 지나도록 진행되지 않고 있다.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현재 상임위에 묶여 있다.

동물의 생존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많이 개선됐다. 반려견·묘 등에 대한 보호 장치는 특히 신장됐다. 그러면 뭐하나. 휴가를 떠나면서 버려지고, 그렇게 죽어가는 반려동물이 수천, 수만 마리인데. 참담한 현실임은 다르지 않다. 대책을 내야 한다. 반려견주들에 대한 교육 강화, 강제를 근거할 수 있는 법률 개정, 지자체의 적절한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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