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지역을 대한민국 섬유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무너지고 있다. 일할 사람도 없고, 일감도 없어 위기다. 대규모 섬유·의류 업체들의 해외진출에 따른 수출물량 감소,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매출 감소, 부재자값 폭등 및 고용 악화 등으로 영세 섬유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기북부는 우리나라 섬유산업의 약 20%를 차지한다. 양주·포천·동두천시에 업체가 밀집돼 있다. 경기도는 국가안보를 위한 희생에다 각종 중첩 규제 속에 고통을 겪어온 경기북부지역을 세계적인 섬유산업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 특별 프로젝트를 시행해왔다. 서울과 가까운 지리적 특성상 수도권 업체와 협업이 가능하고 인력 공급이 수월해 섬유·패션산업의 최적지로 꼽힌다고 판단했다.
경기도는 지난 2012년 경기북부 섬유산업을 특화산업으로 선정했다. 이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프라 구축과 마케팅, 연구개발 지원 등에 나섰다. 양주에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 동두천에 ‘섬유·봉제산업지식센터’, 포천에 ‘섬유원자재 수급지원센터’ 등의 문을 열었다. 도는 경기북부가 세계적인 섬유·봉제·패션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생각했다.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했다.
성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이곳은 섬유원단 생산·공급의 최대 지역으로 수출 비중이 2000년 10.5%에서 2020년 20.5%로 증가했지만 종사자 수가 2016년 이후 계속 줄고 있다. 섬유 노동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돼 임시·일용근로자 비중이 늘어 고용의 질이 악화됐다. 대형 섬유·의류 유통회사가 빠져나가 영세업체간 과당경쟁이 일면서 수익성 악화, 투자 감소, 지역 섬유기업의 제품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상당수 업체가 코로나19 이전 대비 매출이 50% 이하로 감소했다. 공장 가동률도 절반에 못 미치고 있다. 여기에 고용난까지 겹쳐 영세업체의 줄도산이 불가피해 보인다.
경기도는 지난 4월 섬유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2026년까지 5년간 390억원을 투입한다며 3개 시와 ‘고용안정 선제대응 패키지 지원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경기북부 특화산업인 섬유산업을 고부가가치 신성장 산업으로 고도화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한다’는 것인데, 현장에선 와닿지 않는다.
실질적인 지원체계 구축이 절실하다. 지원이 부족한 것인지, 정책에 실효성이 없는 것인지 경기도와 해당 지자체는 애로사항과 대응책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도내 섬유산업의 근간이 흔들려 지역경제가 휘청거려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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