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착공을 눈앞에 두고 공업용수 문제에 직면했다. 반도체 생산시설을 가동하려면 전기와 물이 필요한데 취수원이 있는 여주시가 용수시설 관로 설치를 반대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6·1 지방선거에서 시장이 바뀐 여주시는 전임 시장이 합의한 보상 방안을 뒤집고 추가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급히 ‘용인 반도체 산단 용수시설 TF’를 구성하고, 2일 여주의 한 면사무소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여주시의 인허가 문제로 산업단지 조성이 더 이상 지연되지 않도록 상생방안 등 조속한 해결을 위한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충우 여주시장을 만나 협조를 요청하고, 인허가 관련 쟁점 해결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원삼면 일대 415만㎡에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SK하이닉스가 12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2019년부터 지자체·유관기관과 협력해 프로젝트의 원활한 추진을 지원해 왔고, 산업부와 용인시는 지난해 산업단지계획을 승인·고시했다. 대부분의 행정절차와 지자체 인허가가 마무리됐지만 전력과 용수 문제로 주변 지자체가 반발하면서 착공을 올해 하반기로 미뤘다. 현재는 여주시의 용수시설 인허가만 남겨둔 상태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는 곳은 안성시, 이천시가 인접해 있다. 반도체 산단 운영에 하루 57만t의 물이 필요해 남한강에서 공업용수를 끌어오려면 여주시에 용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여주시는 공사로 인한 불편은 여주시가 겪고 과실은 용인과 안성, 이천 등 주변 지역에 돌아간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지난 6월 SK하이닉스가 용수시설이 지나는 4개 마을 대표와 취약계층 지원, 여주대 반도체 전공 커리큘럼 지원 등을 담은 상생 협의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새로 취임한 이충우 시장이 이전 약속을 백지화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이 시장 입장에선 뭐라도 더 얻어낼 생각이지만, 이미 합의한 사항이고 국가적으로 중요한 프로젝트인 만큼 예정대로 추진했어야 한다. 여주시의 행태에 다른 지자체도 각종 인허가 절차를 무기 삼아 정부와 기업에 더 많은 보상을 받아내려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나친 요구는 좋지 않은 선례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빨리 착공해야 국익에 도움이 된다. 지자체가 도움을 못줄 망정 발목을 잡지는 말아야 한다.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공장은 용지 선정 후 공장 가동까지 1년11개월 걸렸다.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공장도 1년8개월 만에 공장을 가동했다. 그러나 삼성 평택공장은 송전선 인허가 문제로 5년을 끌다 2015년 착공했다. 첨단 전략산업을 지원해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려면 정부와 지자체, 국회가 여야없이 총력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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