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경기교육] AI는 도구에 불과하다

인공지능 대답한 정보 역시 인간이 제공...‘인류가 설정해 놓은 대안’에 국한된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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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기 안양 신성고

초등학생 시절, ‘매트릭스’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매트릭스는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먼 미래를 그린 영화로, 인간들은 태어나자마자 그들이 만들어낸 인공 자궁 안에 갇혀 인공지능의 생명 연장을 위한 에너지로 사용된다. 1997년, 모든 전략 방어 무기를 통제하는 컴퓨터 ‘스카이넷’이 지능을 갖추고 핵전쟁을 일으켜 인류의 절반 이상을 전멸시킨 모습을 그린 ‘터미네이터’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영화의 내용은, 2016년 구글이 개발해 이세돌 9단에게 승리를 거머쥔 ‘알파고’의 소식과 맞물려 어린 시절의 나에게 엄청난 공포심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그 후 인공지능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 온 학생으로서, 나는 영화와 같은 일들이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무엇일까? ‘인간의 학습 능력과 추론 능력, 지각 능력, 자연언어의 이해 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기술’이라고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정의 내리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정의에 대한 내 생각은 다르다. ‘인간이 미리 결정해 놓은 대안 중에서 가장 확률이 높은 대안을 선택하는 것’, 이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인공지능의 진정한 정의이다.

대다수 사람에게 친숙한 인공지능인 ‘시리’와 ‘빅스비’는 순환 신경망(Recurrent Neural Network, RNN)을 통해 구현된다. 순환 신경망이란 전 데이터의 학습 결과가 다음 데이터의 결과값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망 모델이다. 간단한 영문인 ‘Enjoy the rest of the day!’라는 말을 예시로 들자. 이 문장에서 자칫 rest를 동사의 의미인 ‘쉬다’로 해석하면 오역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순환신경망(RNN)에 이 데이터를 주입하면 the를 분석할 때 앞의 단어인 enjoy를, rest를 분석할 때 앞의 단어들인 enjoy와 the를, of를 분석할 때 enjoy, the와 rest를 모두 고려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RNN은 위 예문에서의 rest를 명사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남은 하루도 즐기세요!’라는 원래의 뜻을 해석해낼 수 있다. 즉, RNN은 인공지능에 문맥을 이해할 힘을 부여한다. 이렇게 보면 인공지능은 인간이 구사하는 언어를 완벽히 구현해낼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빅스비나 시리에게 말을 걸었을 때 내가 원하는 정보를 돌려주었을 경우가 몇 번이나 있는가? 심지어 RNN을 대폭 향상한 LSTM 기술을 도입한 구글 번역기가 적절한 번역을 내놓은 일이 몇 번이나 있는가? 아마 그다지 많지는 않을 것이다. 즉, 위에서 말한 RNN에도 허점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의문을 가져야 한다. rest가 동사와 명사로 쓰일 때 뜻이 다르다는 것을 인공지능에 알려준 것은 누구일까? 앞에 the라는 정관사가 나왔기 때문에 뒤의 단어는 명사일 확률이 크다는 것을 알려준 것은 누구일까? 바로 인간이다. 물론 인공지능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이러한 확률들은 신경망에 주입된 수많은 예문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비지도 학습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문법적으로 완벽한 예문과 상황에 맞게 해석한 해석본을 제공한 것은 누구일까? 이것도 역시 인간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인공지능을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대안 중 가장 확률이 높은 대안’을 선택한다고 정의하는 이유이며 구글 번역기와 인공지능 비서가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원인이다. 인공지능의 선택지가 ‘인간들이 미리 설정해 놓은 대안’에만 국한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들의 언어는 말하는 태도, 몸짓, 높낮이, 표정 등 매우 많은 예외가 있다. 같은 단어라도 이중성을 띠기 마련이다. 즉, 일상생활에는 너무나 많은 ‘예외’가 있고, 이러한 ‘예외’를 하나하나 인공지능에 대안으로 제공하기에는 너무 비효율적이며 구현 가능성도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인공지능의 허상에 갇혀 살 필요가 없다. 오히려 우리는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발전시켜야 한다. 인류는 인공지능으로부터 새로운 가능성을 받고, 인공지능은 인류가 제공하는 새로운 데이터들을 받아 더욱 발전하는, 공생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글의 인공지능 연구팀인 ‘구글 브레인’의 소장으로 있는 앤드류 응은 “인공지능은 새로운 전기다”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은 단지 발전시켜 나갈 하나의 강력한 도구에 불과하며 최대로 활용될 수 있을 때 우리 인류는 이 ‘도구’로 인해 전례 없는 큰 도약을 하게 될 것이다.

안동기 안양 신성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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