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삶은 일에서부터 시작… ‘노동교육’ 매진 경제 활동 인구 70%가 임금노동자 불구...학교선 삶의 모습 제대로 담지 못해 뜻 가진 선생님과 토론 등 수업 공유...학생들 노동 통해 행복한 모습 떠올려
학교라는 곳은 무엇을 배우는 곳일까? 아니 무엇을 배워야 하는 곳이어야 할까? 너무 뜬금없는 질문인가? 교육의 목적은 무엇일까?
한 명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인간 그 자체로서의 정체성을 함양하고...글쎄. 산업혁명 이후 교육이란 산업인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오래전 어느 대학의 철학과 교수가 한 말이 기억난다. “정치가는 교육자가 돼야 합니다”. 정치가가 왜 교육자여야 할까? 정치가는 자신이 꿈꾸는 미래 사회가 있는데 그 사회가 이뤄지거나, 이뤄져서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이상을 공유하고 그 사회의 이상에 어울리는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사람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이 그런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어찌 보면 그런 것이 아닐까? 사회가 민주사회를 꿈꾼다면, 당연히 민주시민교육을 강조하게 되는 것이고, 사회가 인권의식이 부족하면 학생들에게 인권교육을 강조해야 하는 것이고, 경쟁적인 사회를 추구한다면 당연히 학교에서부터 치열한 경쟁을 체험토록 해야 하는 것이다.
학교에는 교육과정이란 것이 있다. 학생들이 학교에 처음 입학을 해 졸업할 때까지 어떤 것을 배우는지에 대한 것을 정리해놓은 것이다. 그런데 너무 거창하기만 하면 사람들의 삶과 유리된다. 그래서 그동안 교육이 지식 따로 행동 따로가 된 것은 아닌가 싶다. 성실, 노력, 정직과 같은 가치는 삶과 얼마나 연계돼 있을까? 교육은 자신의 삶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나 자신의 삶과 우리 가족의 삶,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삶을 통해서 다시 자신의 삶에 대한 가치와 방향을 고민토록 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교육은 삶의 모습을 담아내지 못했다. 아니 자신과 부모의 삶을 부인하고 거부시키는 교육을 해왔다. 그 삶은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다시 말해서 대부분의 삶은 ‘노동’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우리 교육에서 노동은 없었다.
우리 사회의 경제활동 인구 10명 중 7명 이상은 임금을 받아 살아가는 임금노동자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노동교육을 강조하고, 노동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을 가지도록 했어야 했는데, 그동안 학교는 그러지를 못했다.
그래서 노동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선생님들이 한 명 두 명 모이기 시작했다. 모여서 뭐라도 해보자고. 노동인권이 노동교육이, 아니 노동이 뭔지도 모르지만 같이 공부라도 해보자고.... 그렇게 모여서 경기도청소년노동인권교육연구회를 만들었다.
연구회는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노동교육에 대한 공부를 한다. 책을 선정해 독서 토론을 하기도 하고, 전문가를 초청해 강의를 듣기도 한다. 또 직접 우리가 노동인권교육을 위한 학습자료도 만들어 보고, 수업을 한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연구회는 학생들이 자신의 일터에서 자신의 노동권리를 잊지 않고, 자신의 노동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노동을 통해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장윤호 안양공고 교사·경기도청소년노동인권교육연구회 회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