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경기교육] 코로나가 교육에 남긴 유산

교사들 콘텐츠 제작 등 앞장서...열악한 온라인 교육 환경 극복
사기업 아닌 ‘공공’ 플랫폼 필요...교육 투자 학교로 직접 연결되길

2020년 3월 코로나19가 인류를 죽음의 공포로 몰았다. 교육부는 등교를 계속 연기했다. 교육과 방역에서 방역이 우선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은 독감 마냥 평범해져 가고 있는 코로나19와 서서히 이별을 준비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궁리의 시간이다. 2년간 동거하다 떠나는 코로나19가 교육에 남긴 적지 않은 유산을 찾아보려 한다.

■ 2020년 빈곤한 온라인 교육환경, 고군분투하는 학교

코로나19의 힘이 가장 강했던 초기에 교육부는 온라인(비대면) 수업을 강조했다. 그러나 최고인 상업IT와 달리 공공IT의 인프라는 열악했다. 500만 학생과 교사를 감내할 서버가 교육부에 부족했다. 무엇보다 온라인 수업 이전에 플랫폼 접속 자체가 고민거리였다. 휴대폰, 테블릿, 데스크톱 등 학생들 각자 보유하고 있는 장비가 모두 달랐다. 수업 전 몇 단계의 장벽넘기가 중요했다. 기기마다 접속 방법을 소개하고 알려주랴 집과 학교에선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다. 학교에 다음, 네이버 등의 상용메일뿐만 아니라 카톡과 네이버 밴드, 페이스북 등도 막혀 있었다. 자연히 비대면 기간 동안 학생들과의 소통방법도 막힐 수 밖에 없었다. 정보보안 등 모든 것을 규제함으로써 달성하겠다는 교육청의 관료적 선택이 교사와 학생 간 소통을 막게 됐다. e학습터, 위두랑, 혹은 EBS온라인 클래스 등 교육부에서 제공한 온라인 플랫폼은 엉성했다. 플랫폼 안에 콘텐츠도 턱없이 부족했다. 플랫폼에 올릴 콘텐츠를 과목과 역할을 나눠 교사들은 직접 제작하고 탑재하기 시작했다. 사교육시장의 콘텐츠가 압도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랐다.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이 학습에 도움되었다라고 70% 이상이 답했고 외부 콘텐츠보다 선생님이 직접 만든 수업이 더 좋았다라고 답했다. 코로나19의 카오스에서 교사들은 학교 운영방식을 협의하고 효과적인 수업 방식을 하나둘씩 선택하고 만들기 시작했다.

■ 2021년 여전히 부족한 온라인 교육환경, 다양한 수업방식을 만들어낸 학교

급기야 코로나19는 2021년 등교를 중지하게 했다. 교육부는 전면 쌍방향 수업을 지시했다. 그런데 쌍방향이 가능한 플랫폼이 교육부에 없었다. 미국산 Zoom을 이용했다. 교사들은 실시간 비대면 수업도 빠르게 받아들였다. 2020년 14.1%에서 2021년 77.6%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대폭 늘어났다. 그러나 화면이 매개이기 때문에 학생과 교사는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는 듯했다. 몸이 분리된 디지털 공간에선 학교의 협력적 학습이 불가능했다. 강의식 수업의 무력감 속에서도 패들렛, 알로 등을 이용해 협력적 수업모형을 만들며 극복하려 노력했다. 역시 모두 다 상업플랫폼이었다. 수업종과 함께 종료되는 수업과 달리 녹화된 온라인 수업과 콘텐츠는 디지털 공간을 영원히 떠돌 수 있다. 이는 교사의 동의 없이 교사의 얼굴이나 수업이 온라인상에 올려질 수도 있음을 말한다. 수업은 공공재이나 교사의 지식재산물이면서 동시에 교사인권의 문제임이 제기됐다.

■ 교육투자는 직접 학교와 교실로 연결돼야

조너선 코졸은 방학은 야만적 불평등이라 했다. 방학만 지나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의 교육격차가 생기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방학같은 2년여를 보냈다. 일부는 학교에서 배우는 게 별로 없다고, 사교육이 학력을 떠받친다고 했었다. 학교의 대면수업이 학력격차를 줄일 수밖에 없음을 등교중지라는 역설로 다시 증명했다.

일부에서는 학생이 없는 학교에서 교사들이 월급만 받는다고 비난했다. 학교는 교육법상 190일의 수업일 중 천재지변에 의한 10% 감축으로 171일을 모두 대면 혹은 비대면 수업으로 차곡차곡 진행했다. 그중 서울은 약 42.4일, 전남은 약 136.7일을 등교했다. 전남에 비해 절반에 불과한 서울의 등교일 수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가? 학급당 학생수가 20명에 불과한 영재학급은 매일 등교했었음을 기억해 두어야 한다.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해답 없고 갈팡질팡했던 어둠의 길이었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이끌고 2년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왔다. 교육청과 교육부의 간섭 없는 빈공간에 교사의 자율성이 채워져 다양한 방식의 수업 등이 탄생했다. 그들에겐 제약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도전이었고 동료교사뿐만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와 함께한 협업이었으며, 만들어 가는 창조적 과정이었다. 코로나 이후 교육부의 책임은 온라인에 남아 있는 수많은 다양한 교육콘텐츠를 정리해 다음 전염병을 대비하는 것이다. 사기업제품이 아닌 공공 학습플랫폼을 구축해 교육콘텐츠가 공공의 영역에서 관리되도록 해야 한다.

만약 온라인 수업 지시전에 대면 수업이 가능한 교육환경이었다면 이 같은 혼란은 필요없었음은 두말할 나위없다. 수업 외부의 그 무엇으로 간극을 메우려고 하는 것은 지금까지 매번 실패했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수업과 학생지도에 오로지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교육청 및 국가의 노력과 투자가 학교와 교실로 직접 연결되길 바란다.

공정욱 부천 원종초 교사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