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관고동 화재 유족 “숨진 간호사 아내, 사명감 투철했던 사람”

image
5일 오후 2시54분께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서 이날 관고동 학산빌딩 화재 사고로 숨진 간호사 A씨(50•여)의 어머니가 실신하자 대월면에서 출동한 119 구급대원들이 그를 보살피고 있다.박병규기자

“우리가 대신 죽었어야 하는데…원통하다. 원통해”

5일 오후 2시25분께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 로비에 80대 부부가 두리번 두리번 거리면 도착했다. 이윽고 병원 관계자의 말을 들은 아내는 곧바로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17분께 발생한 이천시 관고동 학산빌딩 화재 사망자의 유족이다. 사망자는 이 빌딩 지상 4층 한 투석병원에서 근무하던 50대 여성 간호사 A씨다. A씨는 지상 3층 스크린골프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연기가 병원까지 치솟았음에도 끝까지 환자를 대피시키려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리 이곳에 도착한 고인의 남편도, 딸, 아들도 갑작스러운 소식에 경황이 없었고, 실신한 여성은 계속 쓰러져 있었다. 이 모습에 걱정된 본보 기자가 로비에서 행정 담당을 하던 직원에게 의료진을 불러달라 부탁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응급실에 가봐라”.

응급실 도움 요청도 헛수고였다. 이번 사고로 모든 의료 인력들이 현장에 투입됐기 때문이다.

결국 본보 기자가 119에 직접 신고를 했다.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의 인력이 없어 본보 기자가 119에 신고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마찬가지 이유로 119 구급대에서 이천병원에 도달할 인력은 없었다. 결국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에서 7㎞ 떨어진 대월면에서 119 구급차가 출동, 쓰러진 여성을 보살폈다. 이 여성이 실신한 지 약 30분 만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고로 숨진 A씨의 사연에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특히 군 복무 중인 A씨의 아들은 전날 휴가로 친구들을 만난 뒤 어머니를 보러 오던 길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이날 모자는 함께 안경을 맞추러 가는 등 모처럼 데이트를 할 예정이었다. 고인의 딸 역시 “오늘 아침에 엄마랑 통화했는데 지금 현실이 믿기질 않다”고 울먹였다.

또 A씨의 남편은 “사고 직후 동료 간호사의 전화를 듣고 소식을 접한 뒤 장례 절차 등 아무런 조치의 통보가 없어 원통할 뿐”이라며 “우리 아내는 평소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면서도 안전을 제일로 생각한 사람”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김정오·이정민·박병규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