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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워주세요’…디지털 올가미에 괴로워하는 아동·청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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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워주세요’…디지털 올가미에 괴로워하는 아동·청소년들

'디지털 장의사' 부작용도…‘디지털 잊힐 권리’ 개인정보보호 대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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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올가미에 괴로운 아동·청소년들. 

#광명시에 거주하는 A양(18)은 중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어울려 신체를 노출하는 등 성적인 사진을 SNS에 게시했다. 전학을 가게 되면서 SNS에 있는 사진들을 모두 삭제했지만, SNS에 해당 사진들이 다시 노출된 것을 발견했다. A양은 새로 사귄 친구들의 수군거림에 외톨이 생활을 하게 됐고 불안·우울감이 가중돼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모가 이혼을 한 뒤 아버지의 재결합 가정에서 성장한 B군(17). 어느 날 B군의 SNS에 친어머니가 ‘아들 잘 지내니’, ‘보고 싶다’ 등의 댓글을 달면서 친구들에게 부모의 이혼 사실이 알려졌다. 친구들은 B군의 친어머니 SNS에서 그의 어릴 적 사진을 찾아 공유하기도 했다. B군은 디지털 장의사 업체를 찾아가 비용을 지불한 뒤 친어머니가 올린 사진과 영상을 삭제했다.

온라인 게시물에 포함된 개인정보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아동·청소년이 늘고 있다. 온라인 게시물로 인한 아동·청소년의 피해는 과거 성착취물 등 디지털 성범죄가 주를 이뤘던 데서 최근엔 일상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아동·청소년은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를 자연스럽게 접한 일명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일상에서 온라인을 기반으로 활동하지만, 이들의 특성을 고려한 개인정보 보호 법과 제도는 부족한 실정이다.

5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에 따르면 현재 잊힐 권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등에서 일정 부분 보장한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제공한 개인정보를 제3자가 복사하거나 공유한 경우는 삭제가 어려워 피해자를 구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은 만 14세 이상의 청소년을 성인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등 연령대별 규율 체계가 없어 이들이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는 데에도 제약이 따른다.

특히 아동·청소년들의 사진이나 동영상 등 기록을 남긴 대상자는 본인을 포함해 친구나 지인, 부모 등 광범위하다. 앞으로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정보 취합이나 일상활동이 확대되는 만큼 본인도 모르게 남겨진 온라인상의 기록이 ‘디지털 올가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최근 발표한 ‘2021 부모의 SNS 이용 시 자녀의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인식 및 경험 설문조사’를 보면 만 11세 미만의 자녀를 둔 응답자 중 86.1%가 자녀의 사진이나 영상을 SNS에 게시했다고 답변했다. 사진 등을 게시할 때 자녀와 이야기해 본 적이 없다고 응답한 부모는 55.4%로 집계됐고 특히 자녀의 사진을 게시했다고 응답한 부모 중 82.8%가 자녀의 개인정보를 지인이 아닌 사람에게도 공개하고 있었다. 부모가 자녀의 의사를 묻지 않고 개인정보를 SNS 등에 공유하는 ‘셰어런팅’(Share+Parenting) 은 사진이 도용 돼 범죄에 악용되기도 한다.

김영심 숭실사이버대 아동학과 교수는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가 장기간 축적되면 어른이 돼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들이 개인정보에 대한 실질적 권리를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장의사' 부작용도…

‘디지털 잊힐 권리’ 아동·청소년 개인정보보호 대안될까 

아동·청소년의 개인 정보 노출 사례가 증가하면서 ‘디지털 장의사’ 업체가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개인이 원하지 않는 인터넷 기록 등 디지털의 흔적을 찾아 지워주는 전문가로, 현재 20여 개의 업체가 성업 중이다. 아동·청소년이 현재 합법적으로 공유된 자기 게시물, 제3자 게시물을 삭제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장의사 등 사설 업체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디지털성착취물 등 불법으로 유포된 영상물에 한해서만 공공기관에서 삭제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 장의사 업체를 이용하려면 일반적으로 1개월당 100만원 이상의 비용으로 1년 가량의 시간이 소요돼 아동·청소년이 비용을 지불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영리를 목적으로 한 디지털 장의사 업체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다 보니 피해자 뿐 아니라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에게도 의뢰를 받아 영상을 삭제하고, 문제의 영상을 재확산 하는 경우도 생겨난다.

국내 1호 디지털 장의사인 김호진 산타크루즈컴퍼니 대표는 “아동·청소년의 성착취물을 유포한 N번방 등의 가해자들이 증거를 없애려고 업체를 찾는다”며 “윤리의식이 결여된 업체가 의뢰를 받기도 하는데, 디지털 장의사는 개인정보를 다루는 만큼 사명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에 정부는 최근 아동·청소년의 ‘디지털 잊힐 권리’를 강화하면서 디지털 장의사 업체 역시 공공의 영역으로 흡수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영역에서 자기결정권이 없고 방치됐던 아동·청소년을 고려하면 지금이라도 디지털 잊힐 권리의 강화 방안이 추진돼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최근 아동·청소년이 개인정보에 대한 주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하도록 하는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이들이 개인정보 침해의 위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권리를 행사하는 데도 미숙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위원회는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법’을 제정해 연령대별 특성을 고려한 규정을 만들고, 디지털 잊힐 권리도 법제화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내년부터 아동·청소년이 스스로 게시한 글, 사진, 영상 등을 삭제해주는 시범사업에 들어간 뒤 2024년엔 제3자가 올린 게시물로 삭제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위원회는 디지털 잊힐 권리 사업을 디지털 장의사 업체 등에 용역을 주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 장의사의 노하우나 전문성을 활용해 정보가 유포된 것을 삭제하는 것에서 나아가 생성이 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며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도록 하는 플랫폼의 자정 노력, 정부의 국제 공조를 통한 해외 사이트 규제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디지털 장의사 업체 등으로 구성한 준비반을 운영해 충분한 교육 과정을 거친 뒤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플랫폼 규제, 국제 공조 등은 장기 과제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보람·송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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