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평화 위협하는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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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종 前 한겨레평화통일포럼 이사장

지난 6월 29~30일 양일 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는 새로 채택한 ‘나토 2022 전략개념(Strategy Concept)’에서 중국을 ‘구조적 도전국(systemic challenge)’으로 새롭게 규정했다. 중국의 확장에 대한 나토 차원의 대응을 공식화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다자외교무대로 이 나토(NATO)정상회의 참석을 선택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윤대통령이 처음 참석한 나토 정상회의는 그러나 지금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국제 질서를 고려하지 않은 ‘위험한 선택’이라는 평가다.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경제안보 동맹이다. 한국은 윤 대통령이 강조한 ‘한·미동맹의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의 일환으로 IPEF에 참여하여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IPEF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제안한 것으로 기후환경, 디지털, 노동 등의 분야에서 새 국제규범을 마련하고 공급망 재편 등을 통해 중국을 고립시키는 반중국 연합전선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국의 IPEF 가입은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실제로 중국은 한국의 IPEF 참여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우려를 표명했고, 경고한다는 뜻도 숨기지 않았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박진 외교장관과의 첫 통화에서 IPEF가 중국을 향한 압박수단이며, 한국이 여기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상목 경제수석은 심지어 ‘탈중국’을 선언했다. ‘신냉전’으로 지구 전체의 판이 흔들리는 위중한 상황인데 미국의 반러·반중 정책에 천둥벌거숭이처럼 앞장서는 꼴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경제적 이해뿐만 아니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나라다.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매년 최대의 이익을 내고 있고 중국은 한국으로부터 1993년 이후 지금까지 매년 큰 폭의 적자를 감내하고 있다.

2021년 우리나라 중국수출액 중 79.6%인 1천296억 8천400만 달러가 중간재이고 수입 품목의 62.2%인 889억 3천800만 달러가 중간재이다. 전체 수입품목 1만 1천215개 중 중국산 수입 비중이 70% 이상인 품목이 2천434개이고 중국산 수입 의존도가 100%인 품목이 323개, 90% 이상인 품목이 956개에 달한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 중국과의 관계를 ‘적대적’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된다. 한국이 중국과 결별하고 견딜 수 있을까? 과연 중국, 러시아를 배척한 한·미·일 일방적 관계로 한반도의 평화를 지킬 수 있을까?

외교에서 실패한 국가는 언제든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한반도는 여전히 한국과 북한, 미국과 중국의 충돌지점이고 갈등 악화 1순위 지역이다. 한반도를 평화롭게 잘 관리할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 그러나 지금 윤석열 정부는 그릇된 친미·친일 일방외교로 외교뿐만 아니라 평화, 안보, 경제를 해치고 있다.

윤기종 前 한겨레평화통일포럼 이사장·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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