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D-100…이과 '문과 침공'에 애타는 모심(母心)

연합뉴스

“아이가 문과를 선택한 걸 후회하고 있어요. 과목을 바꿔 벌써부터 재수하겠다고 하는데 속만 타들어 갑니다.”

고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김준희씨(49·수원)는 다음 달 13일부터 시작되는 대학 수시모집을 앞두고 고민이 깊다. 문·이과 통합수능 2년차를 맞아 이과의 ‘문과 침공’이 현실화 하면서 문턱이 높아진 정시 대신 수시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어와 수학 과목 상위권 모두 이과생이 독식하는 구조 탓에 수시 최저 등급 맞추기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김 씨는 “문·이과 통합수능 자체가 문과생들에게 불리한 환경”이라며 “이과 상위권 학생들이 문·이과를 넘나들며 교차지원하는 상황인데 문과생인 자녀에게 선택지가 굉장히 좁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벌써부터 수학 과목을 ‘확률과 통계’에서 ‘미적분’으로 바꿔 재수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어 속상하다”고 했다.

오는 11월17일 치러지는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문·이과 통합수능으로 인한 ‘이과쏠림’ 현상에 도내 문과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 치러진 문·이과 통합수능에선 이과의 ‘문과 침공’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에 올해도 이과쏠림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한 입시업체가 전국 자사고 28곳와 서울대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일반고 24곳 등 총 52개 학교를 대상으로 이과 비율을 조사한 결과, 올해 3학년 564개 학급 가운데 387학급(전체 68.6%)이 이과(대학수학능력시험 선택과목 기준)로 집계됐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문과생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재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김선미양(19·의정부)은 “주요 대학의 문·이과 선발 비율이 거의 반반이라고 하지만, 이과생들도 인문계로 넘어와 국어, 수학의 경우 싸움이 안된다”며 “원하는 대학 입학을 위해 재수 결심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차지원을 통해 인문계로 지원한 이과 학생들의 재수, 상위권 이과생들의 ‘문과 침공’ 현실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입을 모았다.

김포 A고교 3학년 교사는 “올해도 상위권 학생들의 교차지원이 더욱 심화돼 문과생들의 설 자리가 좁아질 것 같다”라며 “학교에선 이과 대세론이 더 뚜렷해지고 있고, 졸업생 중 많은 아이들이 다시 수능에 도전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 경희대 발표를 보면, 이과에서 문과로 넘어온 학생 비율이 거의 70%에 육박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학습 효과가 있기 때문에 금년도도 이과에서 문과로 학생들이 많이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과생들이 문과생보다 학교 내신에서도 상위권에 있어 사상 처음으로 수시도 이과에서 문과로 넘어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덧붙였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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