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성하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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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관제 파주문화원장

우리는 지금 전쟁의 시대를 살고 있다. 뉴스를 달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그렇고, 지척에 있는 대만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긴장이 예사롭지 않다. 우리나라와 무관하지 않은 상황 탓에 많은 이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전한다.

현대는 화합보다는 대립의 시대인 듯하다. 남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근래 전해지는 뉴스의 대부분은 대립과 충돌이다. 어쩌면 우리의 삶이 그렇고, 그것이 우리의 역사인지도 모르겠다. 사회를 구성하고 살아야 하는 인류의 숙명이며 지난한 해결과제 일지도 모르겠다.

대립의 역사로 유명하기로는 조선시대 동서인의 대립을 빼놓을 수 없다. 붕당의 초기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이었고 붕당의 대립을 해소하고자 양쪽의 비난을 감수하며 화합을 위해 노력했던 율곡 이이 선생의 조제보합(調劑保合)을 생각한다.

율곡선생은 동인과 서인이 모두 사림(士林)에서 갈라져 나온 같은 목표를 가진 정치 세력이라는 인식을 바탕에 뒀다. 양쪽 모두 옳은 것과 그른 것이 있다는 양시양비론(兩是兩非論)을 통해 시비 논쟁을 끝내고, 집권 세력의 주도하에 당색에 구애받지 않고 인재를 등용하자고 주장했다. 율곡의 정신은 후에 파주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율곡을 추숭했던 남계 박세채 선생에게 이어져 ‘탕평론’으로 발전해 나갔다.

대립은 늘 있었고, 이를 해소하고자 앞장선 이들은 시대를 이끌어간 선각자이자 리더(Leader)들이었다. 어쩌면 현재의 뒤틀림은 새로운 전환을 이끌어 나갈 현자(賢者)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대립이 아닌 조정과 화합을 모색하고 이끌어갈 수 있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조화로운 힘이 필요하다.

정치의 최고선(最高善)은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 곳에 나와 너, 우리와 너희가 있을 수 없다. 범주를 세계로 확대해도 같다. 평화롭고 모든 인류가 함께 잘 사는 지구를 가꾸는 일, 우리의 아이들에게 망가지지 않은 온전한 지구를 전해주는 일이 우리 세대의 당면하고 절실한 목표이다.

전쟁(戰爭)과 정쟁(政爭)의 뉴스 사이에서 달을 찾아 떠난 우리나라의 첫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의 소식이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꿰뚫었다. 하늘을 나는 로켓의 궤적을 따라가던 모두의 시선(視線)처럼, 공존(共存)을 위한 공동의 선(善)을 찾는 데 모두의 마음이 모아지길 기원한다.

우관제 파주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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