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축제는 이런 것이다’를 보여 준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마침내 락이 제대로 터져 나왔다. 길고도 어두웠던 코로나19의 터널을 뚫고서다.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인천 송도를 들썩이게 했던 2022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공전의 대성황을 이끌어내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세계 정상급 수준의 공연 콘텐츠는 3개 무대를 사흘간 밤낮으로 달궈냈다. 여기에 지난 3년간 대면 공연에 목말랐던 락 팬들의 열광과 무결점의 행사 진행이 어우러져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음악축제로 그 위상을 키워낸 것이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2006년 첫 무대를 연 이래 대한민국 락 축제의 중심으로 커 왔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내리 2년간 언택트 음악축제로 명맥을 이어왔다. 올해 3년 만에 무대와 객석이 뜨거운 호흡을 주고받는 현장 공연으로 부활한 것이다. ‘RE:VIVE’라는 올해 페스티벌의 지향점이 제대로 성취된 3일간의 잔치였다. 5일 저녁 개막식에서 화려한 드론 불빛쇼가 여름 밤하늘을 물들이자 관객들 모두가 ‘부활’을 실감했던 락 잔치였다.

우선 무대를 꽉 채운 라인업이다. 팬데믹 여파가 가시지 않았음에도 슈퍼헤드급 해외 아티스트들이 대거 날아왔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데프헤븐, 뱀파이어 위켄드, 모과이 등이다. 국내에서도 크라잉넛, BIBI, 잔나비, 체리필터, 자우림 등 최정상급 아티스트들이 총출동하다시피 했다. 미래 한국 락을 짊어질 신예 루키밴드들도 패기를 과시했다. 가시적으로는 관객 흥행부터가 사상 최대였다. 5일 3만5천명, 6일 5만명, 7일 4만5천명으로 모두 13만명을 기록했다. 팬데믹 이전 2019 펜타포트 때의 10만명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이번에 마련된 피크닉존과 캠핑장 등은 락 페스티벌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켰다. 가족, 친구, 연인들끼리 다함께 음악과 휴식을 즐기는 축제의 진면목을 보여줘서다.

천둥 같은 함성, 터질 듯한 떼창, 열대야를 날리는 물대포 세례.... 이제 락의 잔치는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 중 관할 경찰서가 관객들에게 커피를 서비스했던 푸드트럭이 화제가 됐다. ‘음주단속 때 만나요’라는 애교 어린 경고문도 펜타포트에 어울린다는 호응을 얻었다. 축제장 인근의 주민들도 귀를 울리는 헤비메탈 굉음을 눈감아줬다. 우리 청년들에게 모두 따뜻한 손을 내민 셈이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에 비하면 한국의 축제는 빈약하다는 평가다. 축제를 위한 축제이기 일쑤여서다. 축제의 요체는 자발성과 참여, 그리고 열정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우리 축제문화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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