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취업률 100% 반도체 마이스터高 설립/용인, 수원, 평택, 화성...어디가 좋겠나

경기도에 반도체 마이스터고가 설립될 것 같다. 경기도교육감직인수위원회 정책백서에 담겼다. 인수위가 8일 경기교육을 이끌 로드맵을 공개했다. 10대 정책목표, 25대 정책과제, 80대 추진과제 등으로 구성됐다. 그중에 주목되는 것은 반도체 마이스터고 설립이다. 학생 맞춤형 직업·진로교육을 위한 ‘High Tech 고등학교 설립’이고, 이를 위해 용인 등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 지역에 반도체 마이스터고 설립을 추진한다고 돼 있다.

반도체는 경제안보 및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미래 전략산업이다. 이를 현장에서 만들어갈 전문 인력 양성은 국가적 과제다. 정부가 지난달 19일 ‘10년간 15만명 인재 양성’이라는 장기 목표를 발표했다. 여기서의 인력은 주로 학사, 석사급의 연구 인력이다. 전문가들이 생산 현장에서의 인력 충원 계획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내놨다. 그 인력을 양성하는 전문 고등학교를 만든다는 게 반도체 마이스터고 설립 구상이다. 시의 적절한 구상이다.

반도체 마이스터고의 잠재력은 이미 증명됐다. 앞선 예로 충북 반도체 마이스터고가 있다. 출발은 1969년 종합고등학교였다. 2010년 반도체 장비 분야 마이스터고로 지정됐다. 지금은 반도체제조과, 반도체장비과, 반도체케미컬과로 세분화돼 있다. 졸업생의 진로가 놀라울 정도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재학 중 삼성전자 등 대기업과 취업 약정을 맺는다. 2013년 첫 졸업생 이후 현재까지 취업률은 거의 100%(일부 진학)에 육박하고 있다.

인수위 구상에는 구체성도 보인다. 폐교 부지 활용안을 내놓고 있는데, 전국 단위 기숙 형태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고등학교를 반도체고로 전환하는 방법도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민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다. 설립 지역이다. 인수위 안에는 ‘용인 등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 지역’으로만 규정돼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라면 용인 외에도 수원, 평택, 화성이 있다. 이들 지역에도 희망 학교나 희망 여론이 있을 수 있다.

참고할 만한 선례가 있다. 경기도가 2019년부터 시작한 경기도 산하기관 이전 프로젝트다. 27개 기관 중 15곳을 동·북부로 옮기는 작업이었다. 이전 부지를 결정하는 과정을 공개 경쟁했다. 해당 지역의 민의가 충분히 반영됐다. 시민의 관심도 크게 높였다. 반도체 마이스터고를 모든 지역에 만들 수는 없다. 결국 한 곳을 우선 선택해야 하는데, 그 결정 과정을 공개 경쟁으로 하면 괜찮을것 같다. 반도체 마이스터 설립엔 그만한 가치가 있다.

임태희 교육감 4년, 이 하나로도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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