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채솟값 고공행진

심술도 이런 심술이 없다. 장맛비에 밤에는 바람도 한 줌 안 분다. 땀은 비오듯 흘러내린다. 누가 열대지방에서 이런 무더위를 밀수했을까. 피부에 와닿는 불쾌지수도 그렇지만 정신적 스트레스도 역대급이다.

▶폭염 말고도 서민들을 괴롭히는 게 또 있다. 하루가 다르게 고공행진 중인 채솟값이 그렇다. 시장에 나가 보면 어제 써놓은 값이 무색하다. 상인들조차 손사래를 칠 정도다. 서민들도 서민들이지만 음식점 업주들의 시름도 깊어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상추는 63.1%, 배추는 무려 80.1% 뛰었다. 특히 배추 김치가 필수인 식당들은 김치 담그는 비용이 체감상 3배 올랐다고 호소한다. 수도권에서 15년 동안 보쌈집을 운영해온 한 업주는 “원래 여름 배추가 비싸긴 하지만 이렇게 비쌌던 적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배추 3포기가 들어 있는 한 망 가격이 낮을 때는 6천~7천원 정도지만 올여름은 4만원대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인들의 한숨 소리에 땅이 꺼질까 걱정된다.

▶보쌈은 배추에 싸 먹기도 하고 배추김치를 곁들여 먹기도 해 꼭 필요한데, 이미 올해 초 1천원 올려 추가로 올리기에는 손님 눈치가 보인다고 한다. 지난 1년 동안 전체적인 단가가 30~40% 뛰었지만 가격에는 그만큼 반영할 수 없다. 수도권의 또 다른 보쌈집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틀에 한 번 3~4포기씩 겉절이를 담그는데 시장에 나가 직접 배추를 살 때마다 하루하루 배춧값이 오르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채솟값 폭등에 집 안에 텃밭이나 화분 등을 두고 직접 키워 먹는 서민들도 늘고 있다. 관련 사이트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텃밭 가꾸기 관련 상품 판매도 큰 폭으로 늘었다. 씨앗과 모종 판매량 등은 41% 증가했다. 특히 값이 뛴 대파(77%)와 쪽파(420%), 상추(42%), 배추(13%) 등이 잘 팔렸다.

▶미니 화분은 35%, 삽이나 호미 등은 13% 판매량이 늘었고 전지가위(21%)와 식물 영양제·비료(8%), 식물 지지대(14%) 판매도 증가했다. 채솟값이 치솟다 보니 이처럼 텃밭 가꾸기 관련 상품이 인기라는 기이한 현상까지 이어진다. 끝 모를 물가 인상은 도대체 언제 멈출까. 고유가·고금리에 이래저래 서민들만 힘든 요즘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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