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경기교육] 학습플랫폼, 보다 공공성 있는 학교

미래 학교 시나리오 ‘공유학교 모델’ 다섯가지 예상
① 다양한 학교 간 공동 교육과정 운영 공유캠퍼스 
② 전환형 대안학교 및 방과 후 단기 진로체험센터 
③ 특화된 심화 학습할 수 있는 방과 후 학교모델
④ 온·오프라인상에서 블렌디드형 기초 학력 공유
⑤ 유휴공간 활용... 지역사회 평생학습·돌봄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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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배 성남교육지원청 장학사

■ 공유경제의 시대

올여름 휴가에는 가족만의 시간을 오롯이 보낼 수 있는 숙박 공유 서비스를 활용하기로 했다. 숙소와 여행 코스, 맛집 등을 고르고 나니 차량이 필요하다. 내 차를 가져가지 않고 여행지에서 공유 임대하기로 했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차량도 공유서비스를 통해 손쉽게 차를 고르고 예약까지 완료했다.

숙박, 차량, 유아용품, 자전거, 킥보드, 심지어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재화나 공간, 경험 등을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나눠 쓰는 이른바 공유경제의 시대이다. 공유경제는 P2P(Peer to Peer)로 불리는 개인과 개인 간의 거래에 기반하지만 개인적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공적인 영역에서도 나타난다. 예컨대 도시재생사업에 청년기업이 참여해 플랫폼을 구성, 빈 공간을 마을주민들의 배움터와 소통공간으로 기획하고, 지자체나 공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어 지역 내에서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발굴하는 활동 등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교육의 영역에서 공유활동은 일어나고 있을까? 예를 들어 몽실학교는 경기도교육청이 만든 학생의 꿈을 실현하는 학생자치 배움터이자 복합문화공간으로서, 교육 분야의 공유활동공간 모델이 될 수 있다. 몽실학교의 공간을 방과 후와 주말에 학생들의 다양한 프로젝트 활동, 교육과정 연계 진로체험, 학교 밖 학생들의 체험 및 동아리 활동, 교육청을 비롯한 지역주민, 학교의 회의나 행사 등의 시설 대관 등으로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유경제의 시대에 학교는 어떻게 변화될까?

■ 학령인구 감소와 학교공간 활용

2017년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초·중·고 학령인구는 2033년 400만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수 감소는 학교의 폐교나 통합운영학교로 이어진다. 경기지역을 살펴보면 2022년 기준 11개교가 초·중, 중·고 혹은 초·중·고 통합 운영 학교이며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 조건부 승인 등을 통해 앞으로 신설 예정 통합 운영교도 9개교이다. 학교 통폐합으로 통학거리가 멀어지면 남아 있는 학생들이 불편해지고 학교가 마을의 중심 역할을 했던 농어촌 지역의 경우 공동체성이 약화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폐교나 통합 운영학교만이 아니라 앞으로 기존의 학교의 공간에도 유휴공간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폐교 부지와 기존 학교의 유휴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정책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 미래학교의 시나리오, 학습플랫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미래학교 시나리오 보고서는 학교 모델을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제시한다. 첫째는 기존의 학교 교육의 확대다. 국제적인 협력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학교가 학생들의 개별화 학습을 지원하는 공간이 된다. 둘째는 전통적인 학교 시스템이 붕괴되고, 사회의 다양한 기관들이 시민을 교육하는 아웃소싱 유형이다. 셋째는 학교의 담장을 허물고 지역사회와 연결돼 학생은 지역사회를 통해, 지역주민은 학교를 통해 학습이 이뤄지는 학습 허브로서의 유형이다. 마지막으로 인간 삶의 모든 공간을 배움터로 가정하는 유형이다.

OECD의 미래학교 시나리오와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 공유경제 시대의 도래를 종합해 살펴보면 앞으로 학교는 에듀테크의 발전과 더불어 개인 맞춤형 교육 등 배움의 형태가 변화되고 지역사회와 학교 간 연계와 협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를 구체화해보면 아래와 같이 공유학교의 모델을 예상해본다.

첫째,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이 운영되는 공유캠퍼스 모델이다. 다양한 학교들 간 교육과정을 서로 공유하고 권역별로 학교 협의체를 통해 학교별로 특화된 교육프로그램이 거점학교를 통해 이뤄진다. 현재에도 고교학점제가 지역별로 연구학교나 선도학교에서 진행되고 있고, 거점학교에서 학생들이 모여 다양한 수업활동을 하고 있다.

둘째, 전환형 대안학교 및 방과 후 단기 진로체험센터 모델을 들 수 있다. 유휴시설이나 폐교를 활용해 별도의 독립된 시설에서 덴마크의 애프터스콜레 같은 전환교육을 실행한다.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아이들이 학습을 잠시 쉬고 자신을 돌아볼 ‘자유’ 와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탐색하고 시도하는 ‘모험’ 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물론 종일형 대안학교로만 활용되지 않고 방과 후와 주말형 단기 진로체험센터로도 활용할 수 있다. 평일 아침부터 오후 시간까지는 1년 위탁형 대안학교를 활용하고, 전체 오후 일과 수업 시간이 끝나면 방과 후, 주말, 방학 기간을 활용해 청소년 창업활동, 진로체험 지원 방과 후 학교 진로지원센터 역할을 한다.

셋째, 특화된 심화학습을 할 수 있는 방과 후 학교 모델이다. 새로운 건물이 아닌 기존의 학교 건물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예술 중·고등학교는 다양한 음악 기구를 비롯해 역량 있는 선생님들이 많이 있다. 또 과학고나 정보화 특성화고는 과학분야나 컴퓨터 등 전공의 선생님들과 관련 학습에 필요한 기자재가 충분히 있다. 이러한 학교들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다른 학교의 관심 있는 학생들이 교육청을 통해 학습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방과 후에 학습활동을 할 수 있다. 일종의 예체능 전문학교, AI학교, 외국어 전문학교, 과학실험학교, 미디어학교 등 신축 학교는 아니지만 다양한 공유학교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기존 학교의 담장을 열어야 하고, 학생들의 학습을 지원하는 충분한 교사진의 확보가 요구돼 학교와 학교 간, 학교와 교육지원청 간에 충분한 협의가 사전에 필요하다.

넷째, 온·오프라인상에서의 블렌디드형 기초학력 공유학교 모델이다. 지역학교의 유휴 공간 및 폐교 공간을 거점형 기초학력 지원센터로 구축하고 동시에 온라인 학습이 지원되는 공유학교를 설계하는 것이다.

온라인 공유학교에서는 교육청에서 별도로 수강신청 사이트를 개설해 중·고등학교 학습지원단 교사진을 섭외하고,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개인 수준차에 따라 학습을 할 수 있다. 학생들의 학습 수준은 AI 시스템으로 진단하고 진단 결과에 따라 선생님의 과목별 수준에 따른 수업을 매칭해 온라인으로 제공한다. 오프라인 공유학교에서는 온라인에서 이해가 안되는 보충학습이나 보다 심화된 학습을 할 때 거점공간에서 방과 후나 주말을 활용해 학습한다. 사범대 관련 전공학생들이나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멘토단으로 인력풀을 구축해 학생들의 배움을 지원하는 것이다.

다섯째, 지역사회의 평생학습 및 돌봄 공간 모델이다. 점차 늘어나는 학교의 유휴공간을 지역사회와 협약해 개방하거나 폐교 부지를 지자체와 협약해 지역주민의 평생학습플랫폼 및 초등 저학년 학생들의 돌봄지원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관리 운영 단계에서 시설별로 소유권이나 운영 주체의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고 학교장의 책임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조정해야 한다. 특히 공유학교의 프로그램과 시설 관리 등에 대한 인력 지원과 안전 등 통합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이미 서울 금천구에서는 ‘모두의 학교’로 운영은 서울시 평생학습 진흥원에서 맡고, 교육청에서는 교사와 장학사 등의 전문인력이 협업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학교(School)의 원어적 의미는 고대 그리스어인 스콜레(Skhole)에서 나왔다. 스콜레는 편안함이나 조용함을 누리는 쉼, 게으름의 뜻까지 포함한다. 미래사회의 학교는 학생들이 자기에게 맞는 배움을 탐색하고 쉼을 순환하는 공간, 공간과 교육활동의 폐쇄성을 넘어 다양한 학습이 필요한 학생들과 지역사회 주민들까지 학습하고 재충전할 수 있는 학습플랫폼이 될 것이다. OECD 2030 학습나침반에서는 동료, 교사, 공동체의 지원과 협력이 바탕이 될 때 학생들의 배움이 잘 이뤄진다고 주장한다. 미래의 학습방향으로 학생을 둘러싼 학부모, 교사, 또래 친구, 다양한 사회구성원과 마을이 아이의 행복과 사회의 웰빙을 위해 협력하는 협력적 행위 주체성을 제시한다. 공유학교가 협력적 행위 주체성이 활발히 일어나는 학습플랫폼이 되길 기대해본다.

이동배 성남교육지원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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