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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문법] 예고된 실패, 문제는 상황 악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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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문법] 예고된 실패, 문제는 상황 악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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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윤석열 정부의 100일에 대해 평가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예고된 실패’였다. 혹자는 100일을 보고 어떻게 단정할 수 있는가를 물을 것이다. 국정 운영의 성공 여부는 철학과 방향 설정,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전략과 책략을 보면 판단할 수 있다. 국가 과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부터 그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자원 확보까지의 전 과정을 꿰뚫고, 이를 기초로 국정 방향을 설정하고 나아가 국가역량을 업그레이드할 기회로 삼는 비전과 전략, 책략 등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 100일의 난맥상은 기본적으로 국가 과제에 대한 부정확한 이해와 그에 따른 잘못된 방향 설정에서 비롯한다. 문제는 잘못된 방향 설정을 수정하지 않으면 실패의 악순환, 이른바 ‘잘못 낀 첫 단추’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방향 설정의 핵심은 자신이 국가를 운영해야 하는 시대에 대한 이해이다. 윤석열 정부의 시대는 과거 정부와 공통점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물론이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대와의 차이가 존재한다.

먼저,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과거의 지식체계나 지혜, 경험 등으로 예측이나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처음’형 위기의 시대라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때의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문재인 정부 때의 코로나 팬데믹 위기 등이 그것들이다. ‘새로운 처음’형 위기는 전지구적 규모를 띈다는 점에서 어느 국가도 위기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그러나 위기관리 역량에 따라 충격의 결과는 차이가 존재하고, (21세기형 팬데믹에 대한 새로운 방역 문법을 제시한 K-방역이 보여주었듯이) 위기에 대한 새로운 길을 제시할 때 21세기 선도국으로 부상할 기회를 갖는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한국 사회의 ‘암’이 된 자산 불평등의 구조화 문제이다. 한국 사회는 사실상 부와 신분이 세습되고, 부가 부를 낳는 ‘고인물 사회’가 되어버렸다. 팬데믹 이후 2년간 국민순소득은 103조 원이 증가한 반면, 국내순자산은 소득증가분의 31배인 3천239조 원이 증가하였다. 이런 사회에서 누가 땀 흘려 노동하고 싶은가? 불완전한 일자리로 생계안정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청년들의 빚투를 어떻게 비난하거나 막을 수 있는가? 순자산 증가분의 87%인 2천825조 원이 부동산자산에서의 증가였고, 부동산자산 증가분의 68%인 1천918조 원이 토지자산에서의 증가였다. 그리고 (2020년 기준) 개인 소유 토지 중 약 58%를 상위 10%가 소유하고, 법인 소유 토지 중 약 91%를 상위 10% 법인이 소유하였다.

조선 시대 말보다 토지 집중이 훨씬 심한 상태다. 저량(貯量) 개념인 자산은 세습의 속성을 갖는다. 소득보다 자산 증가 속도가 30배 이상이라는 사실은 부가 부를 낳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2020년 기준) 부동산자산 상위 2%의 평균 대출금은 약 3억7천만 원이었던 반면, 하위 30%의 평균 대출금은 2천300만 원에 불과했다. 자산이 많을수록 돈을 값싸게 이용할 기회가 많다 보니 부를 축적하기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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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 2년간 통화량 증가분이 700조가 넘었지만, 이중 실물경제로 유입된 돈은 약 21%인 147조 원에 불과하였고, 나머지는 자산시장으로 흘러갔다. 통화시스템이 부와 신분의 세습을 뒷받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본주의는 (1원1표 원칙의) 시장<경제권력>과 (1인1표 원칙의) 민주주의<정치권력>의 상호 견제와 균형을 전제로만 지속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부의 세습에 따른 성장과 혁신의 둔화, 출산 파업, 불안의 일상화 등은 민주주의 실종의 결과물이다.

민간부문에서 돈의 배분은 실물 영역과 금융 영역으로 구분되고, 실물 영역에서 돈의 배분은 가치 창출에 있어서 자본과 노동의 역할 차이 및 자본과 노동의 협상력 차이 등에 의해 결정되고, 금융 영역에서 돈의 배분은 돈의 지배력 및 금융에 대한 공동체의 통제력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 영역이고, 그 결과가 정권 재창출의 실패였다.

역대 정권과 윤석열 정권의 차이라면 기존의 ‘새로운 처음’형 위기들에 본격적인 패권 충돌의 리스크가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취임사부터 바이든의 가치 동맹에 적극 동참을 선언한) 윤석열 정권은 한미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전환함으로써 ‘패권 충돌 리스크’를 자초하였다. 안보와 경제를 분리한 문재인 정권에서의 ‘포괄적 파트너십’과 달리 한국 경제를 미국 안보의 하위개념으로 스스로 편입시킨 것이다. 위기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게다가 세제 개편으로 재벌 대기업과 부자를 지원하고,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 적자를 (특혜를 낳는) 국유자산 매각으로 메꾸고, (무역적자로 전환에 따라 환율 안정성이 취약해지는 상황에서) 외환법 개정으로 부유층 재산의 해외 유출을 지원하는 등 부의 세습화 해체라는 시대 과제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방향 전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작용이 나타날 때마다 임시방편식으로 대응을 하며 상황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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