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모든 과정은 ‘나눔’이라는 종착지를 위해 있었습니다”
‘장애인·여성’이라는 사회적 장벽을 희망으로 변화시켜 온 철인이 있다. 바로 경기도 장애인복지과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영희씨(56)가 그 주인공. 현재 수원특례시 권선구 호매실동에 거주하는 김씨는 세 살 때 사고로 다리를 다치면서 세상의 편견과 맞서야 했지만 이를 이겨내고 약자를 위한 봉사활동과 공직 사명을 감당해오고 있다.
그가 노숙인 봉사를 시작한 건 공직 생활 중 전국 최초의 역전 노숙인 시설 ‘수원역 <꿈터>’를 개설하면서부터다. 노숙인에 대한 애정이 생겨 지난 2011년부터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노숙인 무료 급식소 봉사를 이어온 것이다. 이젠 매달 둘째 주 일요일마다 소방관 남편인 최준씨와 함께 하루 6시간씩 급식소 봉사를 하는 게 습관화됐지만 꾸준한 봉사 활동의 이면에는 차별과 편견을 이겨내야 했던 아픔이 서려 있다.
그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병원을 전전하며 여러 번의 수술을 거쳤고 때로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불미스러운 오해를 받았다. 3학년 때는 반에서 돈이 없어지는 사건에 범인으로 몰려 심한 체벌을 견뎠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가난한 장애인’, 담임 선생님이 그를 지목한 이유였다. 다행히 돈을 가지고 간 학생이 진실을 실토하면서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김씨는 “성인이 되기 전 부모님과 오빠를 떠나보내는 아픔도 감당해내야 했다”며 “모르는 이들은 저를 ‘아이’라고 불렀지만 또래 친구들이 부릴 수 있는 응석은 제 몫이었던 적 없었다. 그 아픔을 알기에 약자들을 위해 나누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9급 행정직으로 공직계에 발을 들인 김씨는 이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03년에는 도의 대학원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20명의 선발자 중 여성은 2명, 그 중 한 명이 그였다. 덕분에 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회계학 전공) 학위를 취득하고 도 예산담당관실에서 10년 동안 근무하며 재정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에 멈추지 않고 그는 지난 2017년 ‘경기도 재난안전본부 119홈페이지를 이용한 출동정보제공 서비스’를 제안해 사업 추진을 이끌어냈다. 이는 ‘2018년 정부혁신 종합추진 계획’에 선정되며 전국으로 확대돼 많은 호응을 받았다.
이 모든 성과의 이유는 언제나 약자를 위한 사명감이었다는 김영희씨. 그는 “장애인으로서, 여성으로서 그동안 느꼈던 아픔을 희망으로 변화시키고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저와 같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힘쓰겠다”며 “공직자의 사명감을 품고 진정한 복지에 대해 고민하는 이 시대의 도구로 쓰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손사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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