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 현안 생략하는 대통령 기자회견/역대로 그랬는데 이번에도 또 그랬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대부분의 대통령 기자회견이 그랬다. 철저하게 중앙 중심의 문답으로 진행됐다. 어쩌다 지역 현안이 양념처럼 들어갈 뿐이었다. 지역민은 매번 실망하며 돌아섰다. 중심과 변방의 극명한 차이를 확인해야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했다. 모두 발언과 질의응답이 오갔다. 그 60여분간 지역 현안은 얼마나 언급이 됐을까. 포괄적으로라도 지방은 나왔을까. 결론은 이번에도 부족했다.

극명하게 드러난 장면은 기자 질의다. 모두 12명의 기자가 질의에 나섰다. 재경 언론이 8명, 외신 3명이었다. 지방 언론은 단 1명만 지목됐다. 질의응답이 자유 형식이긴 하다. 하지만 실제 운영의 묘는 얼마든지 있다. 진행자가 균형을 감안해 선택을 유도한다. 그게 없었다. 이날 진행은 강인선 대변인이 맡았다. 재경 언론 논설위원 출신이다. 그래서 재경 언론을 더 지목했다고 보진 않는다. 하지만, 결과는 재경 언론만의 회견이었다.

대통령실 전체의 지역 인식을 엿볼수 있는 측면도 있다. 통상 대통령 모두 발언은 사전에 준비한다. 국정 전반을 고려하는 조언을 반영한다. 거기에도 ‘지역’이 없었다. 이뿐만 아니다. 미리 배포된 ‘100일 성과’ 책자가 있다. 거기에도 지역 관련 언급은 없었다. 말이 나오자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렇게 설명했다. “(언급된) 정책마다 지역의 정책이 다 녹여져 있다고 보면 된다.” 어디에 뭐가 녹아 있는지 ‘숨은 그림 찾기’라도 하라는 것인가.

100일 전 대통령직인수위가 발표한 균형 발전 정책들이 있다. 아무것도 추진하지 않았다고 해석해도 좋은가. 급기야 하루 뒤인 18일 윤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에서 이해를 구했다. “어떤 부분이 (100일 동안) 변했는지에 중점을 두다 보니까 (그랬다)”며 “지역균형위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장에서의 ‘지역’ 실종과 대통령의 뒤늦은 해명. 모두 다 잘못됐다. 준비 부족이고 국정 균형감 부족이다. 또 이러면 안 된다.

역대 대통령 기자회견의 대부분이 이랬다. 중앙 위주로 채워졌고 지방은 무시됐다. 가까이 문재인 정부 기자회견도 자주 그랬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2017년 8월17일 있었다. 그때도 모두 발언에 ‘지방’은 없었다. 질의응답에도 단 한 명의 지방 언론에만 기회가 주어졌다. 본보 기자가 물은 국세와 지방세율 개편 구상이 전부였다. 마지막이었던 2021년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지방’은 없었다. 이번만 문제 삼으려는 것은 아니다.

이러면 안 된다. 대통령 후보 때 전국을 돌며 표에 호소한다. 쏟아낸 약속만 지역마다 한 보따리다. 그 약속이 진솔하다면 기자회견에서 ‘지방’을 생략할 수는 없다. 이제부터라도 사고 전환을 하기 바란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