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간단하게 접근해 보자. 그래야 더 정확히 진실이 구별될 수 있다. 이번에 대법원이 다룬 사건의 피고인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세월호 상황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보고했다고 국회에서 보고했는데, 그 국회 보고 내용이 허위라는 혐의였다. 공소사실의 주체는 김 전 실장이고, 이 공소장에서 박 전 대통령은 ‘공소 외 3자’다. 이 공소사실이 대법원(주심 안철상 대법관)에서 무죄취지로 파기 환송됐다. ‘세월호 당시 대통령 보고’ 문제로 함께 기소됐던 청와대 참모진이 두 명 더 있다. 김장수·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다. 이들은 원심에서 이미 무죄였고, 대법원에서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 판시는 이렇다. “사실관계를 밝힌 부분은 실제 대통령비서실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부속 비서관이나 관저에 발송한 총 보고 횟수, 시간, 방식 등 객관적 보고 내역에 부합하기 때문에 사실에 반하는 허위가 아니다.” 검찰 수사가 오류라는 지적이다. 달리 평할 부분은 없다. 대신 주목할 것이 대법원 판시의 또 다른 부분이다. 대법원은 당시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 내용을 사실 확인 부분과 의견 부분으로 나누어 판단하고 있다. 앞선 판단은 ‘사실 관계에 대한 판단’이다. 나머지 ‘의견 부분’은 국회 답변 보고서에 ‘(박근혜 대통령이)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부분이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피고인의 주관적 의견을 표명한 것에 불과하다”며 “사실 확인에 대한 대상 자체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바로 이 부분이 우리가 지적하는 마녀사냥의 일단이다. ‘대통령께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부분은 누가 봐도 김 실장의 주관적 판단이다. 그 판단이 틀렸다고 하더라도 이는 형사법으로 처벌할 범위 밖의 일이다. 그런데 검찰은 이를 ‘거짓말을 했으니 형사범죄로 처벌해달라’며 공소사실에 넣었다. 과연 검찰의 오판이었을까. 김 전 실장이 판단한 ‘주관’의 상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김 실장의 주관이 틀렸다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론도 틀린 게 된다. 다시 말해 ‘박 전 대통령이 상황을 잘못 파악하고 있었다’는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 원했든 원치 않았든 이런 기류가 2017년 수사 이후 우리 사회의 정설이 됐다. 바로 이 부분을 대법원은 ‘기소의 대상도 아니다’고 선언한 셈이 됐다.
김기춘 전 실장이 기소된 사건이다. 기소로 인한 신체적·재산적·사회적 파탄의 피해도 김 전 실장이 받았다. 그렇게 모든 걸 유린당한 뒤 4년 만에 무죄를 받았다. 그리고 그 원인의 절반이 ‘마녀사냥식 기소’임이 확인됐다. 마녀사냥에 앞장섰던 검찰, 그를 냉철히 가려내지 못했던 1·2심, 무엇보다 이를 ‘참담한 국정 농단’이라며 부추겼던 문재인 정부 시절 특정 집단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보상할 생각이 있기나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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