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 후퇴’, 주민들 뿔날 만하다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1기 신도시 재정비가 예정보다 늦어질 것으로 발표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만과 비난이 거세다. 지난 16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첫 주택공급 대책에서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수립이 2024년으로 미뤄져 ‘공약 후퇴’ 논란이 크다. 이 지역 아파트 매매시장에 냉기가 돌면서 매물이 늘고, 아파트값도 하락으로 돌아섰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윤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었다. 대선 후보 시절인 올해 1월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을 만들어 용적률을 500%까지 상향하는 등의 규제완화로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게 하겠다고 했다. 올해 5월 일산 수도권광역철도(GTX) 건설 현장 방문에서도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대선 이후인 4월2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중장기 사업으로 검토한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말 바꾸기’ 논란과 함께 반발이 거셌다. 이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특별법을 만들어 즉시 마스터플랜 작성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고, 인수위도 “올해 말이나 내년부터 마스터플랜에 따라 질서있게 지역마다 재정비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국토부는 16일 발표에서 ‘도시 재창조 수준의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겠다면서 시점을 2024년이라고 했다. 1기 신도시 주민들은 마스터플랜 수립이 재차 연기되자 실망감을 보이며 반발했다.

1990년대 들어선 30만 가구 규모의 1기 신도시는 30년 넘은 노후 단지가 늘고 있지만 지구단위계획상 용적률 제한 규정에 묶여 있다. 윤 대통령의 특별법 제정 공약 이후 재건축 기대감이 컸으나 계속 말을 바꾸며 오락가락하는 행태를 보여 주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1기 신도시 재정비는 투기 수요 유입, 가격 상승 우려, 이주 대책, 지역 형평성 문제 등이 얽혀 있어 속도를 내기에 어려움이 있다. 도시 재창조 수준의 마스터플랜은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정부는 공약 추진 과정이 늦어지거나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해당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현실적인 계획으로 양해를 구해야 한다. 적당히 넘어가려고 말 바꾸기만 하면 정권의 신뢰를 잃고 분노를 키우게 된다.

1기 신도시 재정비는 해당 지역 주민뿐 아니라 주택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는 국민적 관심사다. 정부는 신중하고 진실되게 대응해야 한다. 적극적인 설명과 소통이 필요하다. 2024년 수립이면 22대 국회의원 선거와 맞물려 정치적 쟁점이 될 수 있다. 1기 신도시 주민들 우려처럼 ‘총선에 공약을 재탕’해선 안된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주거 문제가 정치논리에 휘둘리지 않게 해야 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