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0일부터 감염병전담병원 지정이 해제됐다. 코로나19 환자 감소와 방역 정책 변화에 따른 조치였다. 병원에 대한 손실보상금, 인력 파견 등 지원도 사라졌다. 적어도 정책적으로는 평시 의료 체계로 돌아간 모습이다. 그런데 해당 병원들의 사정이 안타깝다. 사실상의 감염병전담병원 책임은 계속 맡고 있다. 지역 보건소, 다른 의료기관 등이 계속 전담병원처럼 소개하고 있다. 의료진도 부족하고, 경영도 어렵다는 하소연이 많다.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 확진자 재급증이다. 감염병전담병원 해제 조치가 결정된 것은 지난 4월이다. 확진자가 많지 않았는데 그 이후 크게 늘었다. 경기도의 경우 6월 확진자가 6만857명, 8월 22일 현재 62만5천315명이다. 이들 대부분이 감염병전담병원 이력이 있는 병원으로 몰리고 있다. 지정 해제 이전과 다르지 않은 업무량이다. 이러면서 병원마다 인력 부족, 의료진 사직, 수당 체불 등의 부작용이 불거지고 있다. 부도 우려까지 나온다.
한 병원의 예를 보자. 전담병원 지정 당시 방역 당국으로부터 35명의 의사와 간호사 지원을 받았다. 간호사들이 2시간 근무·휴무 시스템으로 확진자들을 돌봤다. 그 인력이 모두 빠져나갔다. 업무가 포화상태에 빠졌다. 또 다른 병원은 격무 끝에 사직한 직원만 전체의 20%에 달한다. 손실보상금이 사라졌으니 경영은 경영대로 악화됐다. 그렇다고 찾아오는 확진자를 돌려 보낼 수도 없다.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꼴이다.
의료계의 분노는 더 근본적인 부분에 있다. 돌변하는 정부 정책이다. 감염병전담병원을 처음 지정했을 때는 이러지 않았다. 손실보상금도 지급했고, 인력도 지원했다. 해당 병원을 ‘코로나 퇴치의 전사’ 쯤으로 추켜세웠다. 정부를 믿은 병원들도 이런 사회적 역할을 기꺼이 맡았다. 병상을 다 비웠고, 진료 기기를 들여놨고, 일반 환자는 받지 않았다. 이랬던 정부 신뢰가 지난해 말 한 번 꺾였다.
병상단가를 16만원에서 대폭 깎는 등 지원을 확 줄였다.
그러더니 이번엔 전담병원 지정을 취소하고 손을 놓아버린 것이다. 밝혔듯이 확진자들은 여전히 전담병원으로 알고 찾는다. 이 엄연한 현실을 정부가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아무 대책이 없다. 7년여 전 있었던 병의원의 ‘메르스 줄 파산’이 떠오른다. 메르스에 맞서 싸웠던 병의원들이 줄줄이 망해나갔다. 그때도 정부는 손 놓고 외면했다.
감염병 사태는 언제든 또 터질텐데, 이래 가지고야 어떤 병원이 정부 정책을 따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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