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두 동강 난 300년된 파산서원 느티나무 운명은?

역사학자 “현판 등 활용가치 충분”...파주시 “보호수아냐 재활용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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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파주시 파평면 파산서원 삼문(정문) 앞에 서있던 수령 300여 년의 느티나무 고사목이 강풍에 부러진 채 한달여 동안 방치돼 있다. 김시범기자

파주시 파평면 파산서원 삼문(정문) 앞에서 서원과 함께 300여년의 역사를 공유해 온 느티나무 고사목이 자연재해로 두동강나 널브러져 있어 향후 처리방안이 주목된다.

파산서원(경기도문화재 자료 10호)은 1568년 우계 성혼 선생, 성수침 선생, 백인걸 선생 등을 배향하기 위해 설립됐으며 1871년 흥선대원군의 사원철폐령에도 파주에서 유일하게 살아 남았다. 우계 선생은 조선 중기 율곡 이이 선생과 함께 퇴계 이황 선생의 영남유학과 쌍벽을 이뤘던 기호유학(파산학) 종장이다.

24일 파산서원 측에 따르면 파산서원 삼문 앞에서 5m 떨어진 곳에 위치했던 느티나무 고사목이 강풍에 넘어져 두동강 났다.

언제 고사됐는지는 기록이 뚜렷하지 않은 해당 느티나무 고사목은 길이 6m에 상단부 너비 3m, 하단부 너비 4.7m 등의 크기로 사원 앞 정남향방향으로 뿌리채 뽑히는 등 완전히 절단된 채 쓰러져 있다.

느티나무 고사목 내부는 텅 비어 있고 나무 속 중간에 붉은 색을 띌 정도로 색채감도 살아 있다. 수령은 성리학자들이 서원 건립이나 특별한 일이 발생했을 때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등을 기념식수로 식재하는 전통을 감안하면 최소 300여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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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파평면 파산서원 삼문(정문) 앞 수령 300여년 된 느티나무 고사목이 자연재해로 두동강나 널브러져 있어 처리방안이 주목된다. 사진은 자연재해가 있기 전 온전한 상태의 파산서원 느티나무 고사목. 김요섭기자

파산서원 관리인은 “1개월 전 새벽 굉음에 놀라 깨어 사원 쪽으로 나와 보니 느티나무 고사목이 두동강 난 채 넘어져 있었다”며 “그동안 넘어지지 말라고 바닥에 시멘트 등을 발라 놨는데 바람이 어찌 센지 뿌리 채 뽑혀 절단됐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느티나무 고사목에 대한 활용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역사학자들은 “해인사에서 상징성이 있는 전나무가 수령이 다하자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 고사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는 느티나무 고사목이 그동안 형태만 유지하며 파주서원과 함께 오랜 역사를 함께 해 욌다”며 “파산서원 현판 등으로 활용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서각전문가는 “느티나무는 색깔이 좋다. 파산서원 느티나무 고사목의 길이와 너비 등을 고려했을 때 통목 사용은 어렵지만 2~3장으로 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고사목이어서 보호수는 아니다. 하지만 정확한 수령 조사를 포함해 재활용 여부를 깊이 있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파주=김요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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