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목적 외면한 사업들 진행...시대 반영 교육 프로그램 부재
50여년의 역사성을 가진 경기도여성비전센터가 여성의 비전을 담은 정책을 실종한 채 ‘속빈 강정’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센터의 설립 목적에 맞지 않은 사업들이 주를 이루는 데다 시대를 반영한 차별화한 교육 프로그램도 부재한 상황이다.
24일 센터에 따르면 지난 1970년 여성의 취업 교육 등을 목표로 문을 연 경기도여성회관은 2007년 현재의 ‘경기도여성비전센터’로 명칭을 변경했다. 미용반 운영 등을 통한 취업 기술교육·취미교육을 하던 여성회관에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이에 평생 교육 지원 등 경기도 여성에게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새로운 정체성과 목표를 담아 명칭을 변경했다.
그러나 최근 센터에서 추진하는 사업은 이러한 초기의 목적과 동떨어진 게 주를 이룬다.
현재 센터는 ‘여성안심 민간화장실 조성 사업’, ‘공중화장실 불법촬영 점검 지원사업’,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예방상담 운영’, ‘북한이탈여성 상담치유센터 운영’, ‘여성거버넌스’ 등 5개 내외의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중 센터의 성격에 부합하는 사업은 2개 뿐이다. 여성 안심 화장실 조성 사업과 불법촬영 점검 사업은 경기도 광주·포천·부천·수원시 등 각 지자체에서도 하고 있어, 업무가 중복된다.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예방 사업 역시 여성 특화가 아닌 일반 도민을 대상으로 하며, 여성비전센터의 운영 취지에도 맞지 않다.
앞서 센터는 초기에 미국공인회계사자격증 등 직업 심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유사 기관과 차별을 뒀다. 이에 경기도 전역에서 많은 여성들이 센터를 찾았지만 현재 이 같은 시대를 반영한 차별화한 교육 프로그램은 찾아볼 수 없다.
특히 경력단절 여성의 취·창업을 지원하던 센터의 사업은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로 이관됐고, 아동 돌봄사업은 도 아동돌봄과로 이관되면서 센터의 방향성과 고유 권한을 잃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에 도 내부에서 경기도여성가족재단과의 통합 문제가 최근 몇 년 간 논의됐지만 센터의 가치와 역사성 등을 고려해 고유 권한을 높이자는 데 의견이 모아진 상태다.
김재균 도의회 여성가족평생위원회 위원장은 “센터가 여성 정책을 고민해서 방향성과 정체성을 세우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면서 “동아리실 대관 등 다른 여성회관에서 하는 일에서 나아가 시·군 여성비전센터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경기도여성비전센터 관계자는 “여성 거버넌스 사업을 통해 도민에 필요한 정책을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도의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의 성격이 강하다 보니, 예산이 적은 등의 이유로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공간 활용 등을 위해 4억원의 예산 편성을 요구했다. 센터의 이름에 걸맞은 사업을 고민해 경기도 여성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보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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