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는 영정사진 없이 ‘수원 세 모녀’의 위패만 놓여 있었다. 지병과 생활고를 겪다 세상을 등진 세 모녀의 장례는 공영장례로 진행됐다. 친인척이 주검 인수를 포기하면서 수원시가 공영장례를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공영장례는 시신을 인도할 유족이 없는 무연고자를 위해 지자체가 진행하는 장례 절차다. 공영장례 대상은 수원시 조례에 따라 수원시민이어야 하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세 모녀에 대해 예외 조항을 적용했다. 이들의 주민등록상 주소는 화성시였는데, 빚 독촉을 피하려고 수원으로 이사한 뒤에도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수원 세 모녀의 극단적 선택은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달라졌을 것이라 믿었던 사회 복지전달 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보완이 절실하다는 경종을 울렸다.
삶의 벼랑 끝 위기에서 무관심 속에 외로운 죽음을 맞는 무연고 사망자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고독사로 추정되는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7년 2천8명, 2018년 2천447명, 2019년 2천656명, 2020년 3천136명, 2021년 3천488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 많이 늘었다. 경기도의 경우도 2017년 399명, 2018년 466명, 2019년 615명, 2020년 681명, 지난해 827명으로 꾸준히 증가세다.
고령의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해마다 고독사가 늘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나 홀로 사망한 고독사자는 장례를 치러줄 가족이 마땅치 않다. 이 경우 별도의 장례의식 없이 곧바로 화장을 했다. 최소한의 장례의식 없는 화장은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지적이 일면서 지자체들이 ‘사회적 책무’에서 공영장례 지원을 시작했다. 지난해 처음 공영장례를 시행한 경기도는 올해 본예산에 10억원을 세워 29개 시·군에 지원해주고 있다. 이들 시·군은 장례 1회당 최대 160만원(도비 30%, 시·군비 70%)으로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장례식을 치른다.
복지시스템 개편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장례절차 개선도 필요하다. 연고자가 있으나 법적 가족인 경우에만 장례를 주최할 수 있는 낡은 제도는 고쳐야 한다. 다양한 가족 형태가 등장하고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40%를 넘어선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다. 유언을 통해 가족이 아닌 가까운 지인이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해야 한다. 혈연이나 혼인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 사이의 합의를 존중하는 생활동반자 제도 도입 등도 논의해야 한다. 공영장례는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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