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물가 부채질하는 과일 유통마진 줄여야 한다

최근들어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더욱이 추석을 앞두고 시금치, 배추, 상추 등 농산물과 수산물의 가격인상이 두드러진 데다 추석이 2~3주 빠른 탓에 과일 출하도 더뎌 과일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추석을 준비해야 하는 가정마다 근심거리가 가득한 가운데 최근에는 도시가스요금 인상 소식과 건강보험료율 조정안이 결정돼 내년부터는 직장인은 월평균 2천69원,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는 1천598원을 더 내야 할 판이다.

즐거워야 할 추석명절이 오히려 우울한 명절이 될까 우려스럽다. 정부는 추석성수품 가격인상을 막기 위해 작년 수준에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성수품 수급조절 등의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얼마나 먹혀들지 알 수 없다.

추석절 가장 많이 소비되는 햇과일의 경우 유통단계의 비용이 과일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경기일보는 8월 27일자 〈유통과정서 두배 ‘껑충’…추석 차례상 “이러니 비싸지”〉기사를 통해 유통과정에서 과일 가격이 형성되는 과정을 밝혀냈다.

보도에 의하면 경기도의 한 농장에서 출하된 사과는 수원, 구리 공판장에서 1개당 1천~1천300원(실제로 kg 단위로 크기, 색상별로 경매가 이뤄짐)에 가격이 결정되고 중도매인은 개당 2천500원에 사과를 소매상에 넘기게 되면 소비자는 소매상을 통해 3천260원에 구입하게 된다.

농장을 떠난 사과 1개당 가격은 소비자의 손에 들어갈 때까지 2.5배가량 비싸지는 셈이다. 관건은 이 유통마진을 어떻게 줄여 생산자는 제값 받고 팔고 소비자는 보다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절반에 해당하는 농산물의 평균 유통마진을 줄이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유통 과정을 간소화시키고 물류비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은 전통시장 37곳과 인근 대형마트 37곳을 대상으로 추석 제수용품 27개 품목에 대한 가격비교 조사를 실시해 4인 가족 기준 전통시장에서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은 평균 29만5천668원으로 대형마트 평균 36만3천85원보다 6만7천417원(18.6%)가량 저렴하다고 밝혔다.

농산물 유통마진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선뜻 나서서 대책을 세우거나 실천하는 모습은 쉽게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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