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민 건강·생명 팔아 돈 벌라고?/道의료원 평가에 ‘수익성’ 항목, 없애라

경기도의료원이 경영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경기도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평가다. 평가 대상은 경기도가 출자·출연한 기관이다. 가~마 등급이 매겨지는데, 의료원은 라 등급을 받았다. 마 등급 받은 기관은 없으니 사실상 최하위다. 올해만 이런 것이 아니다. 2019, 2020년에도 C등급(A~C), 2021년에도 라 등급이었다. 이런 통계를 보고 일반인의 시선이 곱지 않다. ‘혈세 먹는 하마’ 소리도 나오고, ‘책임자 문책하라’는 요구도 나온다.

공공기관의 수익성은 기본적인 존재 요건이다. 수익성이 관리되지 않는 기관은 없어지는 게 낫다. 단, 예외가 있는 데 그게 의료원이다. 도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의료기관이다. 모든 도민에 고른 의료 혜택을 제공함을 목적으로 한다. 고른 혜택의 출발은 저렴한 이용료다. 가난한 도민에 대한 직접적인 의료 구휼도 책임이다. 일반 의료기관이 회피하는 진료를 전담하는 역할도 맡는다. 어디서 돈 나올 구멍이 없다. 돈을 벌어서도 안 된다.

지금은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쳤다. 그나마 수익을 내던 분야가 장례식장이다. 2020년부터 운영 중단에 들어갔다.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내려진 강제 조치다. 1천521억9천800만원이던 2019년 수익이 바로 그해 826억8천만원으로 반토막 났다. 코로나 3년이 지나면서 민간 병원들도 아우성이다. 실제 도산 위기에 직면한 병의원들이 수두룩하다. 하물며 공공 의료기관인 경기도의료원이다. 무슨 수로 수익성을 높이라는 얘기인가.

다른 지역의 공공 의료기관 평가는 이렇게 하지 않는다. 서울의료원은 코로나19 대응을 공로로 인정받고 있다. 대구의료원은 일반 평가에서 라 등급을 받았지만, 최종 평점에서 나 등급으로 상향받았다. 순천의료원과 강진의료원은 전남도의 경영 평가를 받지도 않는다. 서울, 대구, 전남의 살림살이도 팍팍하다. 수익이 필요하기는 경기도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의료기관의 특징을 충분히 배려하기 때문이다.

경기도의료원 노조가 파업을 예고했다. 몇 개 요구 사항을 내놓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이 ‘수익성 경영 평가 폐지’다. 우리의 주장과 노조 주장의 근거가 다르지 않다. 노조의 협상을 떠나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다. 경청하고 수렴해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건 도 평가 폐지다. 안 되면 수익성 항목이라도 바꿔야 한다. 도민에게 집·땅 매매하는 도시공사와 도민의 건강·생명 살피는 의료원을 평가하면서 똑같은 ‘돈벌이 기준’을 들이대서야 말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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