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내년 분담률 4% 더 가져가야” 변경 요구에 교육청 난색 애초 구체적 재원 마련 대책 없어… 민선6기 갈등 재연 우려도
인천시가 재정 부담을 이유로 인천시교육청에 무상급식 재원 분담률 변경을 또다시 요구하고 나서 갈등을 빚고 있다. 시가 시교육청과 2023학년도 유치원, 초·중·고·특수학교 친환경무상급식 인상안을 놓고 극명한 입장차를 보인 것도 모자라, 무상급식 재원 분담률 변경마저 요구해서다.
3일 시와 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내년 유치원, 초·중·고·특수학교 친환경무상급식 예산을 올해보다 31% 늘린 2천945억5천100만원을 제시한 반면, 시는 올해보다 11.8% 인상하는 데 그친 2천516억3천600만원을 제안했다. 양측이 제시한 급식비 인상률이 3배 차가 나는 셈이다. 시는 시교육청이 설명하는 ‘지속적인 물가상승으로 인한 학교급식 질 저하 우려’, ‘서울과 경기에 비해 낮은 급식단가’, ‘일정 수준의 급식비 인상을 통한 학교급식 질 향상 필요’ 등엔 이견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시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들며 기존 시교육청(43%), 시(34%), 군·구(23%) 분담률을 시교육청 47%, 시 32%, 군·구 21%로 변경하자는 조건을 달았다. 기존 시와 군·구 분담률에서 각 2%씩 총 4%를 시교육청이 가져가라는 것이다.
특히 시는 시교육청 분담률을 50%까지 올리면 앞서 제시한 내년도 급식비 예산안 인상률인 31%도 가능하다는 견해를 내비치기도 했다.
시의 이 같은 제안에 시교육청은 난색을 표했다. 시교육청의 분담률을 4~7% 올리면 추가로 부담해야할 예산이 최소 100억6천500여만원에서 최대 206억1천800여만원에 달해서다. 시교육청 전체 예산의 70%가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로 가용예산이 30%에 불과하다는 점에 비춰 볼 때 예산 부담이 시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시교육청의 설명이다.
반면, 시는 서울과 경기 등의 분담률이 50%에 달한다는 점을 들며 현재 분담률의 변경 없이는 내년도 인상률을 31%로 맞출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무상급식 재원 분담률 조정 갈등 반복…학교급식 주체가 누군지 따져 봐야
시와 시교육청은 유치원, 초·중·고·특수학교 친환경무상급식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재원 분담률을 놓고 매번 마찰을 빚어왔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9개월여 앞둔 2017년 9월 민선6기 유정복 시장이 2018년도 고등학교 무상급식 조기 시행을 추진하면서 재원 분담률을 놓고 당시 교육감대행이었던 박융수 전 시교육청 부교육감과 극명하게 대립했다.
당시 유 시장은 ‘시민이 행복한 애인(愛仁) 정책 1’ 발표를 통해 고등학교 무상급식 조기 시행 계획을 내놓았다. 유 시장은 “시는 2020년 고교 무상교육 추진 등 정부의 교육정책에 선행해 고교 무상급식에 대한 협의를 시작한다”며 “고교 무상급식 시행을 위해 교육청과 군·구, 시·군·구의회 등 관련 기관과 시기, 대상, 방법, 재원분담 등을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해 인천은 중학교 무상급식을 전면 시행하면서 의무교육인 초·중학교 무상급식을 이뤄냈다. 초등학교 무상급식 총 예산 843억원중 교육청 424억원, 시 240억원, 군·구 179억원을 각각 부담했다. 중학교 무상급식도 총 예산 591억원중 교육청 351억원, 시 137억원, 군·구 103억원을 분담해서 냈다. 초·중학교 무상급식 총액은 1천434억원으로 운영비와 인건비를 제외한 식품비 기준 시와 군·구, 교육청이 4대3대3 비율로 나눠냈다. 운영·인건비는 모두 교육청 몫으로 총 491억원(초 243억원, 중 248억원)이다.
이에 유 시장은 인천지역 고교 무상급식 시행을 위해 기존 초·중학교 무상급식 재원 분담 기준과 똑같이 식품비만, 시와 군·구, 교육청이 4:3:3 비율로 분담하고, 운영비와 인건비는 교육청이 100%부담하는 의견을 교육청과 군·구측에 제시했다.
반면, 교육청은 식품비와 운영비, 인건비 등 모든 예산(730억원 규모)을 시와 군·구, 교육청의 재정규모를 감안, 시와 군·구 80%, 교육청 20% 비율로 분담하자며 시의 안에 정면으로 맞섰다.
먼저 시 재정분담안은 고교 무상급식 총사업비 730억원 중 식품비와 시간제인건비 426억원을 기존 초·중교 부담 비율(4:3:3)로 나눠 시가 170억원, 군·구와 교육청이 각 128억원을 부담하는 내용이다. 급식 운영비와 인건비 등 기타경비 304억원은 당초대로 교육청이 100% 내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시 23.3%(170억원), 군·구 17.5%(128억원), 교육청 59.1%(432억원)로 절반이 넘는 예산을 교육청이 떠안게 된다.
교육청 분담안에 따라 고교 무상급식 식품비와 운영비, 인건비, 저소득층 급식비를 모두 합한 730억원을 재정규모별로 나누면 시와 군·구 584억원(80%), 교육청 146억원(20%)이 된다. 저소득층급식비(116억원)는 사실상 국비로 지원되므로 교육청 부담 예산은 30억원에 불과하다. 앞서 시의 재정분담안과 반대로 시가 50%가 넘는 예산을 책임진다.
당시 고교 무상급식 논쟁은 유 시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교 무상급식 조기 시행을 먼저 언급하면서 촉발됐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시는 법률상 학교급식의 책임과 권한이 교육청에 있는 상황에서 당시 시행중인 초·중학교의 무상급식 재원분담률을 토대로 교육청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했던 것이다. 무상급식 재원분담률 압박은 이후 민선 7기 박남춘 시정부에선 멈칫하다 다시 민선 8기에서 부활하는 모양새다.
■ 무상급식 예산 인상률 보단 재원 분담률로 대치 市 변경 vs 교육청 유지 ‘팽팽’…피해는 학생이 보는 구조 개선 위해 교육부가 나서야
시와 시교육청이 내년도 유치원, 초·중·고·특수학교 친환경무상급식 인상안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지만, 속내는 내년도 인상률보다 현재 재원 분담률을 유지하느냐, 변경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무상급식이 시장과 교육감, 군·수 구청장의 포퓰리즘성 공약으로 시작하면서 구체적인 재원마련 계획 없이 무분별한 협약에 따라 이뤄졌기 때문에 이같은 문제가 반복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인천지역 고교 무상급식을 추진할 때의 예처럼 유 시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선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따져 봐야 한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거를 앞두고 무분별하게 포퓰리즘성 공약을 남발해왔는데 그중 하나가 무상급식 추진”이라며 “해마다 물가가 상승할 것은 자명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재원 마련 대책 없이 언 발에 오줌 누기식으로 교육청과 지자체가 분담률을 나눠 온 것이 현재 후폭풍으로 다가 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현행 학교급식법이 지자체로 하여금 식품비만을 지원할 수 있게 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학교급식의 권한과 책임이 교육청에 있기에 운영·인건비는 교육주체의 몫으로 남기고 식품비 등은 시와 군·구가 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을 추진한 정부가 무상급식 예산도 전담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지난 10년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급식정책을 예로 들며 단순히 구호의 목적이 아닌, 교육 목적으로의 급식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무상 교육과 급식의 연계가 이뤄지는 만큼 정부가 직접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장경호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는 “1차 해결책으로 지자체와 교육청간의 재원 분담 방법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중앙정부 부담이 바람직하다”라며 “학교급식법의 개정을 통해 중앙정부의 재정부담을 의무화하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 조 교수도 “무상급식은 결국 주무부처인 교육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교육청과 지자체가 분담률을 두고 서로 다투는 사이에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혜택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당장 내년도 무상급식 인상안을 두고 시와 시교육청 실무자들이 벌이는 협상에선 인상률만 다뤄야지, 분담률을 언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애초 무상급식 추진이 시장과 교육감, 군수·구청장 등의 포퓰리즘성 공약에 따라 이뤄진 만큼, 이들이 모인 협의체에서 다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김은옥 경인교대부설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실무자는 시장이나 교육감이 정하는 정책에 맞는 사업을 만들고 거기에 맞게끔 예산을 편성하고 실무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라며 “시장과 교육감이 급식을 교육이라 생각하고 장기적으로 예산을 세워 집행해야 한다”고 했다.
신충식 인천시의회 교육위원장도 “무상급식 재원 분담률 조정은 시장과 교육감, 군수·구청장이 함께하는 협의체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며 “올해 물가인상률을 반영해 최대한 학생들이 질 좋은 급식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관련 예산안을 심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인터뷰 김은옥 경인교대부설초 영양교사
“인천 급식 예산 매년 17개 시·도중 하위권…현실 물가 반영해야”
“해마다 인천은 17개 시·도중 1인 당 급식비가 하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김은옥 경인교대부설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만 비교하면 무상급식 예산이 너무 적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시교육청이 내년도 인상률을 31%로 잡은 것도 그동안 누적한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한 것을 채우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내년에는 31%정도 올라야 타 시·도나 서울, 경기와 비슷한 수준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1인당 식품비 지원단가는 초등학교 2천770원, 중학교 3천311원, 고등학교 3천365원 등이다. 서울은 초등학교 3천595원, 중학교 3천699원, 고등학교 3천928원 등이며 경기는 초등학교 3천317원, 중학교 4천69원, 고등학교 4천374원 등이다. 시교육청의 31% 인상안을 적용하면 내년에는 초등학교 3천430원, 중학교 4천271원, 고등학교 4천525원 등으로 올해 서울과 경기의 단가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
김 교사는 “영양교사들이 식단을 짤 때 예산을 세우는데 올초 각종 급식관련 식품비가 6% 더 오른데다가,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고 농산물의 경우 시장가격이 200% 넘게 오른 품목도 있다”며 “급식의 질이 낮아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그나마 다행은 지난달 인천시와 시교육청이 식품비를 10%정도 올려준 것”이라면서도 “사실상 재원을 늘렸다기 보단,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3~4월초까지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했고 그렇게 남은 것을 이번에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 교사는 “시교육청이 인상률을 제안하면 시는 매년 예산이 부족하다는 말을 한다”며 “학생들의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선 시와 교육청이 당연히 투자해야 하는 비용이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반드시 현실 물가를 반영해 인상률을 정해야 한다”며 “시가 재원 분담률을 논할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내년도 예산을 증액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실무자는 시장이나 교육감의 정책에 맞는 사업을 만들고 거기에 맞게끔 예산을 편성하는 사람”이라며 “시장과 교육감이 급식을 교육이라 생각하고 장기적으로 예산을 세워 집행해야 한다”고 했다.
주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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