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타카’ 유전자 조작 문제점 제시 DNA 혁명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 생명 윤리 위배 우려... 사용 제한해야
영화 ‘가타카’를 본 적이 있는가? 가타카는 유전자를 조작해 아이를 낳는 사회를 그린다. 주인공 빈센트는 우주탐사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유전자 조작으로 맞춤 아기로 태어난 동생 안톤과 달리 부모님의 자연 임신으로 태어난 빈센트는 열성 인자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우주에 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빈센트는 포기하지 않고 다른 맞춤 아기로 태어난 제롬을 찾아 신분을 빌리며 결국 우주에 나가게 된다. 이 영화를 보며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맞춤 아기의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이 영화에서 등장한 유전자 조작 기술은 유전자 가위이다.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CRISPR)는 말 그대로 바꾸고 싶은 유전자를 잘라내고 외부의 유전자를 잘라낸 부분에 삽입하는 기술이다. 크리스퍼는 질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거나 품종을 개량할 때 사용될 수 있다. 특히 질병 치료 부분에서 크리스퍼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크리스퍼 테라퓨틱스가 공개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크리스퍼를 사용해 지중해 빈혈을 앓고 있는 44명의 환자 중 42명이 호전됐다고 한다. 중국 학자들은 유전자 교정을 통해 에이즈에 면역이 있는 쌍둥이를 만들기도 했다. 허젠쿠이 박사는 쌍둥이에게서 성공적으로 유전자를 편집했고, 최초의 유전자 편집 아기가 탄생했다.
하지만 크리스퍼 사용에는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 특히 배아와 관련해 찬반으로 나뉘어 끊임없이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크리스퍼의 사용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크리스퍼를 이용하면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크리스퍼 이용이 생명 윤리의 침해라고 주장한다.
크리스퍼는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해결책이다. 질병 치료 목적에 있어서는 제한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배아의 유전자 교정에 관해서는 크리스퍼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해야 한다. 배아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이기에 선택권을 가지지 못한다. 오직 자신의 아이가 유전적으로 완벽하길 원하는 개인의 욕심으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과거 히틀러가 추구했던 우생학과 다를 바 없다. 히틀러는 자신이 가장 뛰어나다고 믿었던 게르만족만을 남기기 위해 게르만족이 아닌 사람들에게 불임시술을 했다. 히틀러의 우생학과 크리스퍼가 불러올 현대 우생학의 차이점이라면 히틀러는 민족의 우월함을 추구했지만 크리스퍼로 인한 우생학은 개인의 욕심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일 열성 인자로 인한 질병을 가진 아이의 유전자만을 교정한다고 하더라도 바꾸어야 할 유전자와 비슷한 유전자를 바꾸게 돼 버린다면 암과 같은 더 큰 질병을 앓게 될 수 있다. 크리스퍼를 인간에게 사용하는 것은 걱정스러운 부분이 많다.
영화 ‘가타카’에서는 유전자만으로 사람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우생학의 어두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유전자 조작 기술로 열성 인자가 없는 사람에게만 우주 탐사의 기회가 주어지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하지만 유전적으로 더 약한 빈센트가 안톤과의 수영대결에서 이기게 됐다. 유전자가 사람의 몸을 설계한 것이긴 하지만 사람의 운명을 설계할 수는 없다. 사람의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환경이고, 개인의 노력에 따라 능력이 달라진다. 유전자 가위는 많은 사람의 건강하게 살 권리를 보장해주는 기술이기도 하지만 윤리적인 문제를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아직 유전자를 완벽히 교정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유전자를 교정하는데 있어서는 조그마한 실수도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과학의 발전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크리스퍼를 사용하는 기술은 아직 연구 중이고 생명 윤리를 위배할 수 있으므로 크리스퍼의 사용은 제한해야 한다.
전서현 안양 임곡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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