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주목할 만한 결정을 내렸다. 자치사무에 대한 포괄적 감사 권한을 제한했다. 남양주시가 경기도를 상대로 냈던 권한쟁의심판에서다. 지난달 31일 결정에서 헌재는 “(경기도의) 자료 제출 요구는 포괄적인 정보 수집을 통해 감사 대상을 발굴하는 방법으로 감독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라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자기책임 아래 결정할 수 있는 자치사무에 대한 포괄적 감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4월이었다. 경기도가 남양주시에 종합 감사 계획을 통보했다. 인사, 민원, 보건, 회계 등 25개 항목에 대해 3년6개월 치 업무를 감사하겠다고 했다. 남양주시는 자치 사무에 관한 부분은 지방자치법 등에 위배된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경기도가 다시 266개 항목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자 남양주시가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고 이번에 헌재로부터 인용 결정을 받아냈다.
세상이 다 아는 배경이 있다. 지역 화폐다. 2020년 코로나 사태에 따른 재난지원금을 시·군이 지급했다. 경기도가 그 수단을 지역 화폐로 할 것을 권유했다. 지역 화폐는 이재명 지사의 상징적 정책이다. 남양주는 이에 불복해 현금으로 지급했고 갈등이 시작됐다. 남양주시에 갈 약 70억원의 특별조정교부금을 도가 주지 않았다. 이어 남양주시에 대한 감사가 시작됐다. 그때 불거진 적정성 논란이다.
모든 압박의 대상은 조광한 남양주 시장이었다. 교부금을 받지 못한 피해, 대규모 직원 징계로 받은 피해가 그를 향했다. 공교롭게 그 후 공천도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조 시장을 무조건 피해자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경기도에 대응하는 그의 모습에도 정치적 경향이 많았다. 공천 탈락의 직접적인 이유도 선거법 위반 구속으로 보는 게 옳다. 우리가 조 전 시장의 피해를 특별히 판단하지 않는 이유다.
중요한 건 따로 있다. 그 과정의 공무원 징계다. 남양주시 공무원 16명이 경기도로부터 징계 요구를 받았다. 감사관 등 4명은 중징계, 부시장 등 12명은 경징계였다. 중징계에 요구되면 사직서를 내도 처리되지 않는다. 경징계 대상도 명예퇴직과 공로연수를 제한 받는다. 직업공무원에게 치명적인 처분이다. 법원 가처분 덕에 효력이 중단됐지만 그 후 받은 피해는 적지 않다. 돌이킬 수 없는 피해다.
그때도 보복 감사 지적은 있었다. 과한 징계라는 걱정도 많았다. 그런데도 경기도 감사팀은 밀어붙였다. 무리한 조사, 정치적 추궁이 난무했다. 그때의 부당한 조사 장면을 여기서 재론하진 않겠다. 남양주시 공무원들의 기억과 증언으로 남기겠다. 이제 이 지사도, 조 시장도 없다. 차분히 자성할 시간이다. 그 감사가 정치에 편승한 횡포고, 영혼 없이 춘 칼춤이었음은 헌재가 확정한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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