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염된 흙 처리비용만 50억 든다니/기관 이전 ‘정치 쇼’가 남긴 뒤처리다

경기도일자리재단 이전 작업이 난제를 만났다. 생각지도 않았던 이전부지 정화 부담이다. 새로 옮겨갈 부지는 동두천시 미군 공여지 캠프 님블이다. 장기간 군부대로 사용되면서 누적된 토양 오염 상태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6월부터 조사를 했는데 엄청난 처리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왔다. 누가 처리할 것인지를 두고 경기도, 동두천시, 재단 등이 고민에 빠졌다. 재단 노조는 전면 재검토를 거론하기에 이르렀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토양오염의 심각성이 확인된 것은 지난해다. 해당 부지에서 페놀 및 불소 등 오염 물질이 확인됐다.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초과한 구체적 면적은 6천145㎡다. 이 흙을 양으로 산정하면 25t 트럭 약 650대 분량이다. 치우는데 드는 비용만 최소 53억7천만원에서 최대 7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부지 매입 비용이 62억원이니까 땅값보다 흙 치우는 돈이 더 들어가는 셈이다. 여기에 정화에 소요되는 기간도 최소 2~3년이 예상된다.

당장의 문제는 이 엄청난 정화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다. 출연 기관으로 보면 경기도가, 유치 장소로 보면 동두천시가, 행위 주체로 보면 재단이 해야 한다. 어느 곳 하나 선뜻 나서기 어렵다. 지난 5일 경기도, 동두천시, 일자리재단 등 3개 기관이 모였다. 조사 결과에 대한 보고회를 갖고 정화비용에 대한 부담비율 산정방식 등을 논의했다. 예상대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빠른 시일 내로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냈다.

정치가 만들어낸 행정 패착의 전형이다. 경기도 산하기관 이전은 대통령 선거용 쇼였다. 대선을 앞두고 경기 북부의 민심을 얻으려는 표심 잡기였다. 산하기관 이전 발표를 이재명 지사가 직접했다. 추진 일정도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북동부 지자체들을 모두 경쟁시키는 컨벤션 효과도 도모했다. 그 결과 이전부지가 북부 전역에 뿔뿔이 흩어졌다. 이 기세 앞에 도청 누구도 기관 직원들의 의견, 경기도 행정 효율성 등을 말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니 재단 노조는 이전 재검토를 말한다. “지금이라도 경제적 효과성을 따져 경기북부 발전을 위해 이전부지를 어떤 용도로 활용하는 게 최적화인지 검토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것은 백지화나 재검토는 아니다. 그 경우 받게 될 동두천 시민의 실망감 또한 크기 때문이다. 다만, 도정 백년에 남을 부끄러운 교훈으로 삼아야 함은 지적해 둘까 한다. 발암물질에 오염된 땅보다 더욱 위험한 것이 이런 정치에 오염된 행정이다.

‘특별한 보상’을 받기는커녕 ‘특별한 부담’만 떠 안은 행정이다. 하기야, 정치가 망쳐 놓은 경기도 행정이 어디 이것뿐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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