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가 쏟아질 때마다 많은 차량이 물에 잠긴다. 지난 8월 수도권에 내린 폭우로 1만2천여대의 침수 차량이 발생했다. 여기에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남부지방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전국에 각종 피해가 속출했다. 힌남노로 인한 침수 피해는 아직 최종적으로 집계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도 침수 차량이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침수 차량은 폐차해야 한다. 정부는 침수차의 중고차시장 유입을 막기 위해 수리비가 보험금을 넘는 ‘전손 침수차량’의 폐차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전손 침수차량이 적당한 수리를 거쳐 하자가 없는 것처럼 둔갑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불법 유통되는 침수 차량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고, 돌발 사고도 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말 전손 침수차량 불법 유통 방지를 위해 침수이력 공개, 정비·매매업계에 대한 처벌 강화 등 후속 대책을 발표했다. 침수 사실을 속여 중고차를 판 업자는 영업을 취소시키고, 피해 이력을 기재하지 않은 성능상태 점검자에게는 2년 이하의 징역을 부과하기로 했다. 전손 침수차량 폐차 의무를 따르지 않은 원소유자에 대한 과태료도 300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대폭 올렸다.
하지만 국토부의 대책은 ‘처벌 강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기준과 근거를 정비·보완하는 게 중요한데 업계에 침수차 유통 피해 발생의 책임만 떠넘기고 있다. 침수이력을 공개하겠다지만 소비자들은 어떤 차량을 구매하지 말아야 하는지, 정비업자는 침수차량을 어떻게 수리하고 점검받아야 하는지, 매매업자는 어떤 차를 팔지 말아야 하는지 등 현실적인 기준이 없다. 침수차량 소유자와 정비업체, 매매업자 등이 입을 맞출 경우 불법 유통 감시망을 피해 갈 꼼수가 여전히 존재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김포을)도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지난 2일 침수차 유통 피해 방지를 위한 ‘자동차관리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침수차의 이력을 숨기거나 수리하지 않은 채 중고차 시장에서 유통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침수차의 불법유통을 막겠다고 나섰지만 침수 차량에 대한 기준도 없고, 보험 미처리 차량의 유통을 막을 법적 근거도 없는 상황이다. 박 의원은 침수 차량의 단속 강화가 실효성이 있으려면 미비한 법과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의 지적대로 침수차에 대한 개념과 기준을 정의하고, 수리 및 검사 방법을 세부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수리 검사 제도 도입을 통해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피해 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국민 안전과 피해와 직결된 만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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