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액 삭감된 지역화폐 예산, 국회가 책임지고 살려내길

정부가 내년도 예산에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이 거세다. 지역화폐 예산 항목을 아예 없앴다. 향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과목 설치와 국비 반영을 어렵게 만든 것이다. 민생을 제일 우선시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이런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 지방자치단체와 소상공인, 국민 대부분이 반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당초 내년 예산에 지역화폐 지원 명목으로 국비 4천억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같은 정부의 기획재정부는 전액 삭감해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지역 상권과 소비가 살아나는 상황에서 저소득층·취약계층 직접 지원에 쓰는 게 우선순위로 보여 보조금을 예산안에 담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보조금을 2020년 8% 지원한 뒤 2021년 6%, 올해 4%(6천53억원)로 계속 축소해 왔는데 내년엔 이마저도 없애버린 것이다.

지역화폐는 2년 반 동안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온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경제 백신’ 역할을 해왔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영업 정지·제한을 받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서 생활형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트이게 했다. 10%라는 캐시백 혜택을 앞세워 지역민들이 동네 음식점이나 식료품점, 미용실 등을 이용하도록 유도해 소상공인 매출에 도움을 줬다. 지역화폐가 어려운 시기에 지역경제 버팀목 역할을 해온 것은 여러 연구 조사에서 드러났다. 경기연구원의 조사에선 도내 소상공인 67.6%가 지역화폐로 매출액 회복·증가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도 70.9%가 지역화폐 정책 전반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정부가 ‘지역 상권과 소비가 살아나는 상황’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지원한 예산을 정상화하는 조치’라는 등의 이유로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납득이 안된다. 경제는 여전히 어렵고 코로나19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 경기침체는 더 심화될 것이란 예측이다.

경기도 지역화폐 국비 지원은 사업 예산의 30%를 차지한다. 그런데 지난해 2천187억원에서 올해 1천60억원으로 줄면서 수원, 화성 등 5개 지자체가 인센티브 비율을 10%에서 6%로 낮췄다. 국비 지원이 감소하면서 자체 부담이 가중된 데 따른 고육책이다. 이번 추석에는 한시적으로 10%로 상향했지만, 국비 지원이 끊기면 인센티브 비율을 더 낮춰야 한다. 지자체 여건에 따라 사업을 중단해야 할 지도 모른다.

지역화폐는 영세업체나 지역상권에서만 사용토록 해 지역순환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정부는 지역화폐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가질 필요가 있다. 국회가 여야를 떠나 민생과 직결된 지역화폐 예산을 살려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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