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시동도 못건 인천 트램… ‘GTX-B 지연’ 후폭풍

부평연안부두선 예타 선정 불투명... “속도 조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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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추진 트램 조감도. 인천시 제공

인천시의 송도 및 부평연안부두선 트램 사업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사업이 늦어지면서, 환승시스템으로 연계해 사업성을 확보하려던 계획의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9일 국토교통부와 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8월 국토부에 트램(TRAM) 사업 중 하나인 GTX-B 부평환승역에서 연안부두를 잇는 부평연안부두선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 선정을 신청했다. 시는 국토부와 기획재정부의 예타 대상사업 선정 여부에 대한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부평연안부두선의 예타 대상사업 선정이 불투명하다. 최근 정부가 내년 GTX-B의 사업 예산을 지난해보다 절반이상 줄인 384억원만 편성한데다, 용산~상봉 구간의 사업자 선정은 유찰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지역 안팎에서는 GTX-B의 2024년 착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 관계자는 “부평연안부두선은 물론 송도선의 트램은 각각 GTX-B의 부평역과 인천대입구역과 연계해야 하는 탓에, GTX-B 지연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했다. 이어 “트램을 GTX-B의 환승역을 연결해 경제성 등을 확보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앞서 시는 미래 세대를 위한 친환경 교통수단이자 원도심 재생 사업의 마중물로 이번 트램 사업을 구상, 지난 1월 국토부로부터 ‘인천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변경안’을 승인 받았다. 시는 총 사업비는 2조8천620억원을 들여 현재 부평연안부두선·송도트램·주안송도선·영종트램·제물포연안부두선 등 전체 길이 87.79㎞의 5개 노선의 트램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시는 수년전부터 트램 사업을 추진한 타 지자체들도 아직 예타를 통과하지 못한 점도 우려하고 있다. 울산시 등은 지난 2017년부터 트램 사업을 추진했지만, 여전히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관광형 등으로 축소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아직 전국에 트램 사업을 본격화한 곳이 없다보니, 국토부 등이 예타 조사 등에서 꼼꼼하게 검토하는 듯 하다”며 “GTX-B가 늦어지는 만큼, 트램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다만 철도 사업은 사업비도 크고, 기간도 오래 걸리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정상 추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용산~상봉 등의 재정구간에서 유찰이 발생하면서 지연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수의계약 등을 검토해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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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이 지난 2015년 바이모달 트램(GRT)을 청라역에서 청라역 구간을 시승하며 교통체계와 함께 차가 길므로 인한 코너 주행의 문제는 없는지 등을 우진산전 개발이사에게 직접 질문하며 점검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트램 사업, 지하철 기준 경제성 논리 탈피 시급


인천시가 트램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지표에 트램 특성을 반영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9일 국토교통부와 시에 따르면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국비확보를 위한 예타 조사를 통과한 지자체는 전무하다. 대전시가 지난 2019년 도시철도 2호선인 대전 트램 사업의 예타 조사 면제를 받았지만, 최근 사업비가 2배 이상 증액하면서 예타 재검토 대상으로 전락했다. 또 울산시 역시 2017년부터 추진 중인 트램 사업에 대한 예타 조사 결과도 불투명하다.

시는 이러한 상황에서 우선 부평연안부두선(부평역~연안부두역)에 대한 예타 대상사업 지정을 마치고, 송도트램(송도달빛축제공원~인천대입구 순환)에 대한 예타 대상사업 신청 시기를 조율할 계획이다. 시는 타 지자체들이 트램 사업을 둘러싸고 부정적인 기류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사업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트램 사업이 전국적으로 차질을 빚는 것은 트램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경제성 지표 때문이다. 트램은 지하철의 6분의1 비용으로 건설이 가능하지만, 지하철과 달라 상부에 건물을 건축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종전 차로가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 또 트램은 대체재인 시내버스보다 노선 변경이 쉽지 않고, 승객 수용량은 적은 교통 수단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트램의 특성이 지하철 중심의 경제성 지표에서 경제성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분석한다. 곽재호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차세대철도차량본부장은 “친환경과 편리성 등을 편익으로 계산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지표는 그렇지 않다”며 “지하철이나 경전철을 평가하는 지표를 가지고 와서 트램에 적용을 하니 계속 마이너스 요인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하루 아침에 트램을 도입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만큼, 친환경 교통수단의 특성을 반영하는 지표 개발 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지자체의 의견을 함께 취합해, 트램에 불리한 형태의 지침을 개정할 수 있도록 교통시설 투자평가지침 제7차 개정을 했다”며 “예타 조사 주체인 기획재정부가 이 지침을 적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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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프랑스 니스 트램, 독일의 뮌헨 트램. 인천시 제공

트램은 무엇인가…이미 해외에선 인기


트램은 일반적인 도로 위에 깔린 레일 위를 주행하는 교통수단이다. 이미 프랑스 파리, 홍콩 등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노면전차, 시가전차(市街電車), 트램(TRAM) 등의 용어를 모두 사용한다. 트램은 도시철도의 한 종류에 포함한다. 도시철도는 현행 도시철도법 2조에서 ‘도시교통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도시교통권역에서 건설·운영하는 철도·모노레일·노면전차(路面電車)·선형유도 전동기·자기부상열차 등 궤도에 의한 교통시설 및 교통수단’으로 규정한다.

■ 건설·운영비 싸고 관광기능도 톡톡

트램은 지난 1887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 전 세계로 확산했다. 하지만 1920년대 이후 버스의 보급이 이뤄지면서 사용이 줄어들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1899년 12월 서울 서대문~청량리 사이에서 처음 개통했지만, 1968년 운행이 중단했다. 전 세계 50여 개국 2천300여개 노선이 운행 중이다.

트램은 전기를 사용해 움직이기 때문에 오염물질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꼽힌다.

특히 트램은 도시철도 중 건설 및 운영비가 가장 적은 점이 큰 장점이다. 1㎞ 당 건설비는 지하철의 4분의 1, 고가경전철의 절반정도 수준이다. 또 운영비는 지하철의 5분의1, 고가경전철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종전 도로 교통시스템을 변경해야 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차선 하나가 별도로 필요해 좁은 도로에서는 교통 혼잡 우려가 있다.

트램은 교통수단 중 가장 사람 중심적이고 친환경적인 대중교통수단으로 꼽힌다. 어린이, 장애인, 임산부, 고령자 등 교통약자 이용하기 가장 편리하고 소음 감소, 도시미관 등 도시환경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

이 밖에 트램은 도시공간구조 변화에 적극적인 대응 가능이 가능하다. 대규모 개발계획 등 도시여건 변화에 따라 다른 도시철도에 비해 노선 연장성 우수하고, 교통 및 지형적 특성 등 제반 여건에 따라 지하·고가 등 탄력적 건설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트램은 도시재생 및 관광자원 등의 연관 효과도 크다. 트램 노선 및 정거장 인근은 유동인구 증가, 도심상권 활성화 등이 이뤄지고, 인천이라는 도시 이미지와 맞는 트램 차량 디자인 등을 통한 관광 자원화도 가능하다.

■ 해외에서도 인기 교통수단

현재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는 지난 1960년 트램 철거 이후 도로정체, 대중교통 부족 문제로 1994년부터 재도입했다.

도입 초기에는 상인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시정부가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서면서 추진이 이뤄지기도 했다. 현재 6개 노선, 45㎞가 운행하고 있다. 1일 32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트램 도입으로 대중교통 이용객이 3배 증가했으며, 현재 도시재생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프랑스의 또다른 도시 니스에서는 전체계 최초로 무가선이 운행 중이다. 무가선은 대용량 배터리를 이용해 공중에 전원을 공급하는 전선 등이 없이 운영한다.

니스의 트램은 1925년 자동차 보급 확산에 다른 트램 퇴출 이후, 2007년부터 재도입해 운행 중이다. 총 길이 9.2㎞ 구간에 1일 13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상권활성화, 대중교통 및 보행자 중심 교통체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의 뮌헨은 교통량 감축 및 보행자 우선도로로 개선하는 교통정책 목표로 트램을 도입했다. 현재 13개 노선이 총 79㎞를 운행하고 있다. 1일 26만명이 이용한다.

특히 지하철과 교회 철도가 없는 구간까지 운행하고 있으며, 야간에도 4개 노선에서 나이트 트램과 파티 트램이 운행한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도 보행 및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 구축 정책목표 설정하고 트램을 도입했다. 현재 4개 노선에 30.5㎞가 운행하고 있으며 1일 21만명이 이용한다.

독일 베를린은 지난 1994년 트램 현대화 사업을 통한 노선 신설 및 연장 사업 지속 추진했다. 현재 22개 노선, 192㎞가 운행하고 있다. 1일 승객은 47만명에 달한다. 특히 안전성 향상을 위해 ‘Flexity’ 차량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단순 이동수단 이상의 문화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지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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