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작은 한걸음이 어려운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으로 다가옵니다.”
지역사회에 따듯한 울타리를 제공하는 부천역 '청개구리 식당'으로 유명한 물푸레나무 청소년공동체 이정아 대표의 신념이다.
“얘들아, 밥은 먹었니?” 이 대표는 가정에서 사랑받고 커야 할 아이들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집 밖으로, 학교 밖으로 나와 갈 곳 없어 헤맬 때 이들이 배고픈지, 춥지는 않은지, 잘 곳은 있는지 진심으로 걱정하며 도움을 주기 위해 앞장서고 있는 친절한 ‘고래’같은 사람이다.
이 대표는 현재 부천역 ‘청개구리 청소년 심야식당’을 운영하며 가정에서 나와 길거리를 배회하는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식사와 놀잇거리, 교육 활동 등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돌봄 사각지대의 청소년들을 위해 찾아가는 버스형 청소년센터 ‘청개구리충전소’도 운영을 시작했다.
그는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잔소리보다는 먼저 끼니와 안부를 묻는다. 그리고 따듯한 밥을 내주며 아이들 스스로 언 마음을 녹이고 이야기를 꺼낼 때, 편견 없이 경청해 주려고 노력한다.
이 대표는 “좋은 스승, 어른이 되고 싶었다. 좋은 어른은 눈높이를 낮춰 아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하는 게 어린 날 나의 바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부천역 판자촌에서 힘들게 살았고, 어린 나이에 가난으로 배고픔과 타인의 냉대, 무시의 아픔도 겪었다. 학교에는 수업비를 못 내서 선생님께 혼나고 도시락을 번번이 싸가지 못하고 하도 많이 라면으로 끼니를 때워 지금은 라면을 잘 먹지 않는다고 한다.
이 대표는 대학에 입학한 후 다니던 교회의 청년들과 야간학교를 개설하고 아이들을 가르쳤다. 야학에서 만난 학생들은 초등학교 졸업 후 학교 대신 공장에 다니는 아이들이었다. 동생 같은 심정으로 검정고시와 대학 입시를 치르도록 도왔던 행복한 기억도 생생하다.
그때 그는 ‘남을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라고 스스로 약속했다. 그 후 목사의 아내가 되었고 부천시 원미동에서 무료급식을 하고, 송내동에서는 빈민가 아이들의 문화교육을 위해 그림책도서관을 만들었다. 그곳에서 학대 받고 방임된 아이들을 알게 돼 도서관에서 밥을 주고 공부를 시키고 잘 수 있게 했다.
이 대표는 이런 아이들이 ‘시설’로 보내지는데 가정 속에서 사랑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 시설로 버려지는 것이 안타까웠다. 자신의 어린 시절과 다르지 않고 도움받았던 기억, 도움받고 싶었던 기억으로 아이들의 배고픔과 추위, 잠자리 등 생존권 보장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림책도서관은 점점 더 진화해갔다. 아이들을 걱정하는 마음을 모아 부천시 청소년수련관, 고리울청소년센터와 함께 거리의 청소년들을 만나기 위해 ‘청개구리 밥차’가 되었다. 계속 아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밥차에서 현재의 식당으로 진화했고 이동하는 충전소까지 탄생했다.
규제가 있는 시설과 달리 청개구리 식당에는 아이들이 수시로 찾아온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사랑방처럼 남녀노소 찾아온다. 어른들은 아이들과 예술, 체육 등 다양한 체험을 같이하며 소통한다.
그는 시민 주도로 사회 속에 아이들을 위한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어주고 싶다. 울타리 안에서 마음을 치유한 아이들이 다시 가정으로, 학교로, 일터로 가면서 그들의 삶이 회복되는 것에 가장 보람을 느끼고 계속 그 일을 해가는 원동력이다.
이 대표는 “이 사회에 아이들이 있을 수 있는 울타리가 필요하다. 제도와 시스템으로 아이들을 몰아붙이기보다는 시민들이 이웃이 돼 작은 손길만 먼저 내밀어도 아이들은 외롭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종구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