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경기교육] 두리모 향한 사회적 인식

10대 부모의 일상 보여주는 MBN ‘고딩엄빠’
음지에 있던 문제 양지로 끌어와 담론 만들었지만
출연자 상처받고... 부정적 인식 피할 수 없어
편견 인한 차별 악영향 다양한 가족 존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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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양지원, 정한비 성남 이우고

시청자 게시판에는 ‘기획 취지와 벗어나 너무 자극적인 내용을 다룬다’, ‘또래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청소년 임신 문제를 미화한다’ 등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하는 부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고등학교 때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다고 밝힌 시청자는 ‘극히 일부의 부정적인 부분만 보여줘 오히려 모욕을 느꼈다, 상처 받았다’며 글을 작성하기도 했다. 고딩엄빠가 방영 이후 최고 시청률 2.8%를 달성하며 음지에 있던 문제를 양지로 끌어와 다양한 담론을 만들어낸 것은 사실이다. 다만, 고딩엄빠가 청소년 임신이라는 문제를 예능적인 매체를 통해 자극적으로 보여줘 오히려 청소년 부모에게 상처를 주고, 부정적인 인식을 심기도 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방송 내용, 영향을 떠나 이 프로그램의 취지인 청소년 임신 문제를 양지로 끌어낸다는 것 자체는 사회의 중요한 부분을 다루고 있다. 실제로 청소년 부모는 부정적인 인식 등으로 인해 사회에서 고립되며 정서적 안정감 결여를 겪게 된다.

또 청소년이 임신하고 출산할 때 원가족과 단절되거나 양육자 간 관계가 틀어져 아이를 혼자 책임지게 되며 사회적 지지 하락으로 불안에 시달리기도 한다. 2016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16년 20세 미만 미혼모·부는 총 463명이고, 그중 미혼모는 435명, 미혼부는 28명으로 미혼모의 비율이 압도적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10대 미혼모의 어려움을 중심적으로 이야기해 볼 것이다. 덧붙여, 앞으로 이 글에서는 미혼모 대신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강하고 둥근 마음을 갖고자 하는 의미를 지닌 미혼모의 새 이름, 두리모를 사용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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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엄빠’ 방송 캡처 장면

실제로 두리모가 겪고 있는 차별을 알아보기 위해 두리모 지원 시설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총 두 곳에서 두리모 두 분과 시설 관계자 두 분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지원 시설 관계자는 두리모분들과 함께 산부인과에 가면 “어린애가 임신을 했네”, “애가 애를 낳네”처럼 상처가 되는 말들을 듣곤 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두리모분과 같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아이를 안고 있는 어린 두리모분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임산부석에 두리모가 앉아있을 때 어린애가 왜 자리를 차지하냐는 말을 듣기도 해 몸이 힘들어도 서서 갔던 경험을 토로하며 속상하다고 한 두리모도 있었다고 한다. 또 한 두리모는 이런 경험을 할 때면 열심히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스스로가 창피해져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 많은 두리모는 사회에서 동정의 시선을 받거나 무심히 던져지는 말들 속에서 상처를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은 10대 두리모들의 정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두리모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학업 중단과 출산, 육아로 인해 또래 친구들과 공감대가 달라져 멀어지거나 관계 형성이 힘들어지며, 이는 두리모의 정서적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또한 학력이 낮거나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원가족과의 단절로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된다. ‘문란하다’, ‘부주의하다’, ‘책임감 없다’ 등의 편견은 두리모들로 하여금 경제적, 정서적 어려움을 겪게 하고, 점점 더 사회의 사각지대로 숨어들게 만들며, 정신적으로 난처하고 힘든 상황에 위치하게 만든다. 이러한 부모의 정서적 불안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이된다.

다음은 논문 백승아, 구본용(2018년), ‘부정적 양육태도가 청소년들의 내면 아이 발달에 미치는 영향: 초기부적응도식과 사회적 지지의 조절된 매개효과 분석’의 내용이다. ‘내면 아이’ 발달이 증가할 때 부정적 양육태도는 증가하고, 부모의 사회적 지지는 감소한다. 이는 사회적 지지가 하락하면 부정적 양육태도가 증가하고, 자녀의 내면 아이 발달로 이어진다는 의미이다. 내면 아이란 어린 시절 성장 과정에서 양육자로부터 받은 정서적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내면 아이가 치유되지 않은 상태로 성장했을 때 해결되지 못한 분노, 불안, 죄책감 등이 대인관계의 다양한 문제행동의 원인이 된다. 사회적 지지는 갈등을 치료하는 열쇠로, 자신이 사랑과 관심의 대상이며, 가치 있는 존재이고 사회 구성원이라는 것을 믿도록 하는 정보이며, 가족과 친구, 이웃 등과 같이 사회적 관계들을 통해 받는 모든 긍정적인 영향이다.

두리모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학업을 중단하거나 원가족과 단절되는 경우가 많고, 부정적 시선을 받는 등 사회에서 배제당하며 사회적 지지가 하락하게 된다. 이러한 사회적 지지 하락은 자녀의 내면 아이 발달로 이어지기 때문에 두리모가 겪는 불안이 아이에게 전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우선적이다.

두리모는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정서적뿐만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도 겪게 된다. 두리모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 대부분 중졸 학력을 가지게 되고, 학력이 낮다는 이유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한 방송 기사에 따르면 두리모가 가족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을 때 열 명 중 네 명은 낙태를 권유 받았다.

두리모는 낙태를 권유 받았을 때, 이를 거절해 원가족과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인터뷰 결과 한 두리모는 임신 사실을 알린 후 혼전순결을 깼다는 이유로 원가족과 단절되기도 했다.

원가족과의 단절은 두리모의 정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의 원인이 된다. 원가족과 단절되면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며, 아이를 양육하는 데 도움을 받기 어렵다. 홀로 아이를 돌보며 검정고시나 자격증 공부를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낮은 학력으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거나 국가 지원금으로 생활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 미혼모 지원 네트워크에 따르면, 실제 청소년 부모 월 수입이 100만원 이하인 경우가 53%로 과반수에 달한다.

결론적으로 부정적인 사회 인식은 두리모가 정서적,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하며, 이로 인한 두리모의 사회적 지지 하락은 자녀의 내면 아이 발달과 대인관계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두리모가 아이를 제대로 양육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으로 하여금 아이가 제대로 성장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편견으로 인해 편견이 굳어지는 악순환은 두리모 가정만이 겪는 것이 아니다. 사회에는 두리모 가정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존재한다. 사회는 사회가 규정한 ‘정상가족(아버지와 어머니,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로 구성된 가족)’의 틀에서 벗어난 가정을 결손돼 있고, 잘못되었으며, 따라서 그 가정의 아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는 편견을 가지고 바라본다. 이러한 편견과, 편견으로 인한 차별은 두리모 가정을 비롯한 ‘정상가족’ 범위 밖의 모든 형태의 가정에 정서적 악영향을 끼치고, 이는 내면 아이 발달로 이어진다.

가정의 형태가 어떠하든 누구도 옳다, 그르다고 판단할 자격은 없다. ‘정상가족’ 범위 밖의 가정이라고 해서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편견이며, 실제 두리모와 두리모 지원 시설 인터뷰 결과 두리모들에게는 특정한 도움이나 복지에 앞서 사회적 인식의 개선이 시급하다. ‘10대 두리모는 책임감이 없고 아이를 제대로 양육하지 못할 것이며, 따라서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 특별한 시선을 가지지 않고 ‘그렇구나’, ‘그런 사람도 있지’하며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가 온다면,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겪는 부정적 시선이 해소될 것이고, 부정적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그들이 겪는 어려움과 상처 또한 줄어들 것이다.

김지현, 양지원, 정한비 성남 이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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