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는 쌀값 폭락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추석 명절이 지난 농촌은 쌀농사 등 가을 추수를 하느라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고생을 하면서 지은 들판에 펼쳐진 벼를 보면서 수확의 기쁨을 누려야 할 농민들의 표정은 기쁘기는커녕 오히려 폭락하는 쌀값으로 인해 수심이 가득하다.

다른 물가는 모두 오르고 있어 정부는 대책을 세우느라 분주한 상황에 오히려 쌀값은 폭락하고 있다. 1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산지 쌀값 20㎏당 4만1185원으로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내놓은 1977년 이후 45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나타냈다. 작년 10월 쌀값 20kg당 5만6803원에 비교하면 무려 27.5% 하락했다.

쌀값이 지난해와 같은 가격이 되어도 인건비, 비료 등 다른 생산비가 올라 적자를 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쌀값이 더욱 떨어지고 있으니, 과연 농민은 어떻게 생존하라고 하는 것인지 참으로 분통하다는 표현 밖에는 없다.

물론 쌀값도 시장원리에 의해 수요와 공급 원칙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농민도 알고 있다. 최근 수년간 연간 소비량보다 많은 쌀이 생산되고 있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388만 톤으로 추정 수요량 361만 톤에 비해 27만 톤이나 과잉 공급됐다. 금년도 역시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인 380만 톤 안팎의 쌀이 출하될 것으로 추정되며, 여기에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에 따라 매년 40만8700톤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쌀값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일 수 있다.

그러나 쌀과 같은 식량은 단순하게 시장 원리에 따른 수요와 공급 원칙만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쌀은 전략자원으로 국가안보에 중요한 요소이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각국은 식량안보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불과 19.3%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하위인 상황에서 쌀값이 폭락하여 농민들이 벼농사를 기피하게 되면 식량안보에 위기가 올 수 있다. 쌀값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농촌지역의 경제상황이 좌우되는 것은 물론 전체 국민생활 안정과 번영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는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으며, 금년에는 지난해보다 10만 톤이 많은 45만 톤을 매입할 계획이다. 지난 15일 경기도 등 쌀 주산지 8곳 도지사들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쌀값 안정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했다. 또한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게 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단독으로 통과시키는 등 여러 가지 움직임이 있으므로 정치권은 중지를 모아 긴급 쌀값 폭락 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우선 쌀값 폭락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긴급 처방을 내려 쌀값을 안정시킨 후 장기적인 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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