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막한 산과 들판, 옹기종기 자란 나무들, 푸른 바다. 한국의 흔한 농촌 풍경인 듯 보이지만, 작가가 마주한 제주도 풍경의 조각들에 떠오르는 감정을 더한 특별한 풍광이다.
오는 25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갤러리 두’에서 열리는 이한정 작가의 초대전 ‘Beyond the Scenery’에서는 한지에 다채로운 풍경을 담아낸 작가의 수묵채색화를 감상할 수 있다.
이 작가는 최근 여름에 다녀왔던 제주의 풍경을 가슴에 담고 기억을 켜켜이 쌓아내 이번 초대전을 준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의 추억을 담은 작품으로 지난 개인전을 선보인 뒤 한국의 풍경을 담은 작가의 첫 번째 전시다. 이 작가는 여행, 일상에서 마주하는 자연 풍경의 표정을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현재 느끼는 감정을 더해 새로운 풍경을 그린다. 초록 풀밭이 오렌지빛 벌판이 되기도 하고, 멀리 어렴풋이 보였던 바다가 가까이 다가와 광활해지기도 하며 풍경이 새롭게 재구성된다. 기억에서 사라지는 풍경, 온전하지 않은 형태로 남아있는 풍경, 새로운 형태로 변하는 풍경 등 작가가 보았던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풍경이 그려진다. 말 그대로 ‘풍경을 넘어선 풍경’이다.
이 작가는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올랐던 제주의 오름, 현무암, 산과 밭과 바다가 한 장면에 펼쳐지는 제주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화폭에 담았다. 특히 이 작가는 제주 오름에 특별한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에는 부드러운 곡선의 오름 능선이 자주 등장한다. 오름의 아름다운 곡선을 조각 조각 잘라 여러 작품에 담았다. 또 오름을 오르며 특별한 각도에서 바라보게 된 푸른 풀밭을 그리기도 했다. 흔히 ‘산’으로 비춰졌던 오름의 이미지를 단숨에 바꿔 평면적인 오름의 또 다른 풍경을 보게 한다.
이 작가는 “매너리즘에 빠졌다가 새로운 풍경으로 작업을 하고 싶어 한국 풍경에 주목했다”며 “제주도가 삶의 터전이자 소중한 여행지라는 장소로서의 제한된 이미지를 넘어 현실을 초월한 풍경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거제도 등 국내 여행을 하면서 바다와 바위의 조화 등에 집중해 한국의 풍경을 색다르게 담아내겠다”고 했다.
김보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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