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계 “형식적 봉사 탈피 긍정”...자원봉사계 “청소년 모집 어려워” 엇갈린 평가에 절충안 마련 필요...도교육청 “내실 있는 활동 노력”
◇온기 잃은 ‘청소년 봉사’ 下. 극명하게 갈린 ‘온도차’
“어머니, 학교에서만 봉사활동해도 시간 충분히 채울 수 있어요. 봉사활동 신경쓰지 않으셔도 되요.”
중학생 자녀를 둔 김혜림씨(45·여·가명)는 얼마 전 자녀의 고등학교 진학상담을 받기 위해 담임교사와 대화를 나누다 이 같은 말을 들었다. 경기도의 한 자원봉사센터에서 팀장으로 근무 중인 김씨는 이처럼 3년 전과 달라진 학교 분위기가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다.
김씨는 “2019년 이후 학교 선생님들조차 봉사활동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면서 “학교가 아닌 사회에서만 배울 수 있는 봉사활동 기회를 학생들이 경험할 기회가 없어진 거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2019년 정부의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조처로 학생 개인 봉사활동의 필요성이 사라지면서 학교 현장에서도 학교 밖 봉사활동이 자취를 감췄다. 더욱이 청소년 봉사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자원봉사계와 형식적인 봉사활동에서 벗어났다는 교육계 간 온도차가 커지고 있어 절충안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자원봉사센터에 따르면 2024학년도 교육과정부터 정규교육과정 외 수상경력, 개인 봉사활동 실적 등을 적는 비교과 활동을 대입에 반영하지 않기로 하면서 도내 학교에선 대체로 봉사활동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는 분위기다.
이를 보여주듯 수원특례시의 A 고등학교는 학년이 시작되는 3~4월 사이 학생들로부터 단기(1~2개월)부터, 3~6개월, 1년 단위의 프로젝트형 봉사활동 계획서를 제출받은 뒤 봉사활동심의위원회를 거쳐 평균 10~20시간을 인정해주고 있다. 담임교사가 학생들의 개인 봉사활동까지 신경써주며 시간 채우기에 몰입했던 2019년과 비교해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A고교에서 근무 중인 오진미 교사(38·여)는 “시간을 채우는 형식적인 봉사활동을 통해 학생의 인성을 평가한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학생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봉사하는 프로젝트형으로 바뀌고나서 아이들의 부담도 줄어 교육적인 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자원봉사계에선 학교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단순 봉사활동 프로그램의 구성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상당수 학교가 교내 급식봉사, 학교 주변 정화활동 등을 통해 봉사시간을 인정해주는데, 과거 봉사활동과 비교해 지역사회와의 연결점이 느슨해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에 청소년들의 발길이 끊긴 지역사회에서는 봉사활동 모집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아이들이 어른들이 정한 일감을 찾아 봉사활동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찾아보는 활동들이 활성화되고 있다”면서 “자원봉사계와 교육계의 인식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지역마다 좋은 봉사활동이 있으면 유관기관과 협조해 내실 있는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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