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21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이미 예상된 것이지만 연준은 지난 6월 이래 사상 초유의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함으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현재 2.25~2.50%에서 3.00~3.25%로 상승해 14년 이래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미국에 이어 영국과 스위스, 노르웨이 등 유럽 주요국도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미국은 앞으로도 물가상승이 2% 이내로 잡히지 않으면 또 금리를 인상할 계획이라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밝혔다.
문제는 이로 인한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영향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그동안 2.50%로 동일했던 한·미 기준금리가 한 달 만에 미국이 오히려 0.75%포인트 높아지는 큰 폭의 ‘금리 역전’이 재연됐다. 이에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인 1천400원은 물론이고 장중 1천410원대까지 추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1천400원대로 진입하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6개월 만이다.
이러한 원화가치의 하락에 이어 최근 수출까지 6개월 연속 부진해 무역적자가 무려 300억 달러에 이르고 있어 한국 경제 상황은 그야말로 암울하다. 한국 경제는 수출을 기반으로 형성돼 있는데, 지난 4월 이래 계속 적자다. 특히 반도체 불황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또한 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복합경제 위기가 오고 있음에도 정부는 안이한 인식에 따른 대처를 하고 있다. 정부는 원·달러 환율이 1천400원 저지선이 뚫리자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한 쏠림”이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원화 가치는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는 22일 개최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도 “연준의 긴축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은 탓에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말하고 있을 뿐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경제위기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음은 공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국제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영향으로만 치부, 소극적인 대비책을 마련한다면 이는 잘못된 인식과 대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환율 1천400원 선 돌파, 무역적자 지속, 한·미 간 금리 역전, 주가 2천300선 붕괴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 적극적 대비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우선 정부는 한·미 간 금리 역전에 따른 외국 자본의 이탈을 막기 위해 긴급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 한은 기준 금리를 빅스텝으로 올리는 동시에 경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는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을 추진, 안전판 역할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경제위기에 대한 안이한 인식에서 벗어나 적극적 대비책을 마련할 것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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