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살인사건’ 이후 정부가 스토킹 범죄를 막기 위한 대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스토킹에 대한 근본적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경기남부경찰청과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올해 8월까지 경기지역에서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접수된 112신고는 총 6천736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검거된 인원은 1천719명이었고, 구속과 불구속은 각각 67명과 1천4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술적으로 도내에선 한 달 평균 112신고는 약 612건, 검거 인원은 약 156명에 달하는 셈이다.
지난 4월 수원시 권선구에선 자신을 신고한 스토킹 범죄 피해자를 상대로 보복 폭행을 가한 50대 남성 A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보다 앞선 3월 팔달구에선 50대 B씨가 스토킹처벌법상 긴급응급조치가 해제된 이후 자택으로 찾아가 전 연인을 둔기로 머리를 내리쳐 살인미수 혐의로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 14일 서울 신당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이후 정부와 정치권에선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당정은 지난 25일 진행된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단순 스토킹 범죄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조항 삭제와 처벌 대상에 온라인 스토킹 추가, 긴급응급조치 위반 시 형사처벌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전자장치 부착 명령 대상에 스토킹 범죄를 추가하는 전자장치부착법 개정도 신속 추진하고, 반복적 위해가 우려되는 스토킹은 구속·잠정조치를 적극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근본적 인식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대안이 미봉책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 강조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물론 반의사불벌죄 폐지 등의 입법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문제는 스토킹이 스토킹 그 자체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살인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해당 사건 이후에도 스토킹에 의한 보복 범죄가 ‘여성혐오다 아니다’란 논쟁이 남아있는데, 정부에선 스토킹이 살인 등 더 심각한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스모킹 건’이란 인식을 가지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제도적 개선도 중요하지만 이번 신당역 사건도 관련 제도가 없어서 살인 사건까지 벌어진 게 아니다”라며 “수사기관은 스토킹 수사와 관련한 실태조사 등을 통해 수사에서의 문제점은 없었는지 들여다 봐야 하고, 이를 토대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경찰과 검찰 등 수사 당사자들이 스토킹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또 다른 스토킹 살인을 막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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