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 릴레이 인터뷰 ③] 장지연 작가

태평성대를 향한 신도시 축성, ‘화홍 - Peaceful Reign’

장지연作 ‘화홍 - Peaceful Reign’. 

수원화성 화홍문과 남수문, 수원천 일대가 지난 24일부터 형형색색의 빛으로 물들고 있다. 장지연 작가(37)는 ‘신도시 축성’이라는 테마를 토대로, 정조대왕이 꿈꿨던 태평성대를 화홍문에 녹여내 관람객들과 만나고 있다. 장 작가는 움직이는 조각을 기반으로 장소와 소재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미디어아트 작업을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장지연作 ‘화홍 - Peaceful Reign’.

망가지고 훼손된 것들, 한 공간에 함께 존재하지 못했던 것을 가상 공간에서 한 장소에 모은 뒤, 다시 현실과 맞닿을 수 있게 하는 시도가 그의 세계를 지탱하는 큰 줄기다. 장 작가는 그런 점에서 화홍문을 캔버스 삼아 작업하는 일은 흥미로운 시도라고 말한다. 그는 “작업 때마다 장소성과 보여줄 작업 간의 연계를 중요하게 여긴다”면서 “문화유산에 옷을 입히는 작업은 훼손과 변형 없이 빛만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점이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금껏 장소에 따라 하고 싶었던 주제로 풀어내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주제의 결이 정해져 있는 데다 협업하는 방식이라 독특한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장지연作 ‘화홍 - Peaceful Reign’.

태평성대를 꿈꾼 정조의 계획을 담은 ‘화홍 - Peaceful Reign’은 축성을 향한 꿈을 설산의 이미지로, 개혁에 대한 열망을 책가도를 빌려 표현했으며 자개목화, 일월오봉도 등의 상징적인 소재가 동원된 구간 또한 백성을 향한 정조의 정신과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평소에 원색 표현, 직관적인 상징물을 자주 활용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대중과 나누는 공공 미술이라는 특성을 고려했기에 이전의 작업 스타일에서 변화를 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축성 과정이다. 6·25때 수원화성의 원형이 상당 부분 파괴된 뒤 1970년대부터 복원이 착수됐는데, 장 작가는 당시 복원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화성성역의궤’가 작업을 하게 된 계기라고 설명한다. 장 작가는 공사의 계획, 운영 과정, 공법, 도면 등 신도시 화성 축성의 전모가 기록된 문서 자료에 영감을 받아 성 내부가 들여다 보이게 하는 등 축성 과정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장지연 작가.

특히 이번 작업은 장 작가가 그간 구축해왔던 작품 세계의 지평을 한 차원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그는 그간 서양 미술 문화에 녹아든 요소를 자주 활용했었다. 서양 조각들은 대부분 움직이는 형태를 포착한 작품이 많고, 그에 따른 진행감과 운동감은 곧 인물의 구축과 스토리라인 형성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장 작가는 “그동안 동양의 문화재나 소스는 왜 활용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사실 일부러 경계를 나눠 구분한 적은 없다. 그저 작업의 관심사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근 들어 서양과 동양의 문화를 한 화면 안에 담아내려는 연구도 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이번 작업은 경계를 넘나드는 나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송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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